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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특집] 양우석 감독 "'강철비2' 정파적 의도無..밀덕으로 고민" ② [★FULL인터뷰]

[빅3특집] 양우석 감독 "'강철비2' 정파적 의도無..밀덕으로 고민" ② [★FULL인터뷰]

발행 :

전형화 기자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강철비2: 정상회담'은 양우석 감독이 내놓은 또 다른 문제작이다. 양우석 감독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변호인'과 북미 핵 갈등에서 출발한 '강철비' 등 시대의 급소에서 이야기를 출발시켰다.


'강철비2'도 다르지 않다. 북한과 미국 정상들이 핵미사일을 놓고 수교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를 중재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의 개입으로 일어난 북한의 쿠테타로 한국과 미국, 북한의 정상들이 북한의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금의 남북 관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포개져 있다. 양우석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철저한 장르적인 재미로 풀어낸다. 이번에는 잠수함 전투 장르다. 올여름 한국영화 텐트폴 빅3 중 두 번째로 7월29일 개봉하는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강철비2'는 어떻게 기획했나.


▶'강철비'가 끝나고 바로 다른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이야기가 잘 안 풀리더라. '강철비'가 극장에서 내려진 뒤 나름대로 복기를 했다. 전쟁 위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우리의 선택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영화의 앞부분이 더 판타지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앞은 판타지, 뒤는 리얼이란 생각이 들었고, 너무 급하게 만든 게 아닌가란 반성을 했다. 그렇다면 다시 '강철비' 세계관에서 우리의 환상을 깨보자란 마음을 먹었다. 남북 관계, 특히 북의 핵은 대한민국과 북한이 결정한다고 되는 건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역학 관계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시절과 흡사하다. 그런 이야기를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에 이 이미 '강철비2' 시나리오를 썼는데. '강철비2'에선 북이 핵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수교하려 한다는 내용을 전제로 북한과 미국, 대한민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진행한다는 내용인데. 예견한 것인가.


▶이야기한 것처럼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에 시나리오를 썼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어떤 식으로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실에서 그렇게 미국과 북한 정상 단 둘이 먼저 만날 지는 몰랐다.


한편으로는 이 '스틸레인' 시리즈의 묘한 팔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강철비'의 원작인 웹툰 '스틸레인' 시즌1에서도 김정일 북한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걸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스틸레인2'도 북한의 핵미사일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이야기였고. 팔자가 그런 것 같다.


-'강철비2'에서 앵거스 맥페이든이 연기한 미국 스무트 대통령과 유연석이 연기한 북한 위원장은, 현실 속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위원장을 연상시키는데. 스무트란 이름도 대공황 시절 강력한 미국 관세 보호 정책을 내놓은 스무트 상원의원에게서 따왔고.


▶스무트란 이름은 대공황 시절 미국 산업을 보호하려 만든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주창한 스무트 상원의원에게서 따온 게 맞다. '강철비2'는 돌직구를 던지는 이야기다. 실제 인물과 너무 떨어져 있는 건 오히려 현실과 동 떨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은유, 대유, 직유를 넣기 위한 장치다. 한편으로는 캐릭터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기도 하다. 세 정상이 갇힌 잠수함이란 공간에서 스위스에서 유학을 다녀온 북한 정상이 미국 대통령에게 통역을 한다는 아이러니. 콩트적인 요소로 사용했다. 조미료를 쓰는 이유는 소고기를 안 넣고도 소고기 맛을 내기 위해서다.


-잠수함이란 고립된 장소에서 미국과 북한, 대한민국 정상이 평화협정을 이야기한다는 설정은, 중동 평화를 위해 미국과 이집트, 이스라엘 정상이 캠프데이비드에서 맺은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연상시키는데.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목적이 분명히 있었고, '강철비2'는 세 당사자가 속내를 터놓는 정상회담을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겪게 되는 게 다르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정상회담과 달리 잠수함에 갇혀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속내를 다 드러내는 것이다. 거기서 드러나는 긴장감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을 보여주고 환상을 깨고 싶었다.


-'강철비2' 부제를 '정상회담'으로 했다가 '독도전쟁'으로 했다가 다시 '정상회담'으로 했는데. 같은 이야기에서 방점을 결국은 독도전쟁에서 정상회담으로 바꿨다는 뜻인데. 이 영화 속에서 빌런은 일본 극우 세력이기도 한데.


▶독도는 나라가 힘이 빠지면 제일 먼저 뺏기는 상징적인 곳이다. 그와 별개로 이 영화에서, 또 국제 정치에서 빌런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싸우게 하려 하고, 그렇지만 일본은 중국과 맞붙는 것을 피하려고 하고. 그러는 한편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가 통일돼 강력한 나라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이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다. 이 상황을 영화적으로 표현했기에 어느 나라가 빌런이라고 생각하고 그리지는 않았다.


-정상회담인 만큼 말들의 대결이 그려질텐데. 거기서 오는 긴장감과는 별개로 영화적인 긴장감을 주기 위한 장치가 당연히 있어야 할텐데.


▶말과 말들의 대결을 교차하면서 긴장감을 주려 했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과 미국, 북한 정상이 납치된다는 설정이 주는 일촉즉발의 긴장감. 그리고 잠수함들의 수중 대결이 주는 긴장감. '붉은 10월' 같은 잠수함 영화들이 보여주는 폐쇄성에서 오는 긴장감 등을 교차하려 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강철비2'는 '강철비'에 출연한 정우성과 곽도원, 두 배우가 그대로 등장한다. 역할이 바뀌어서 1편에서 북한 인물로 나온 정우성이 2편에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 1편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던 곽도원이 2편에서 쿠테타를 일으키는 북한의 호위총국장으로 등장하는데. 세계관을 잇는 흥미로운 캐스팅이지만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한데.


▶만약에 두 분의 연기력이 딸린다면 이런 캐스팅은 치기다. 이렇게 캐스팅한 건, 남북이 바뀐다고 한들 바뀌는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영화 안에서 설명하려면 최소 10분은 필요했을텐데, 1편에서 남북의 대표 인물을 2편에서 바꿔 캐스팅하면 바로 그 설명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우성, 곽도원 뿐 아니다. '강철비' 1편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측 배우로 출연한 배우들도 2편에서 그대로 출연한다. 각 나라에서 승진해서 등장한다. 남북은 바뀌어도 그대로고, 미국과 중국 일본도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라는 걸 캐스팅 자체로 표현하고 싶었다. 해외 배우들인 만큼 사실 이 캐스팅이 더 힘들었다. 다행히 각 나라 배우들이 이런 캐스팅의 의도를 이해해줘서 다시 한 번 같이 할 수 있었다.


-미국 스무트 대통령을 맡은 앵거스 맥페이든은 어떻게 섭외했나.


▶에이전트가 할리우드 배우들은 트럼프 역할을 맡는 걸 싫어할 것이라며 스코틀랜드 배우를 추천하더라.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한국인과 정서가 비슷하고 역사에 대한 이해도 높을 것이라며. 실제로 맥페이든은 제안을 받고 페이를 깎아도 좋으니 하고 싶다는 답을 받았다. 영화를 둘러싼 이해 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 등도 정말 많은 공부를 해왔다. 연기는 정말 영화를 보면 감탄할 것이다.


-'강철비' 1편에선 북쪽 화자를 정우성 한 명으로 설정했는데, '강철비2'에선 유연석이 맡은 위원장과 곽도원이 맡은 호위총국장 두 명으로 설정했는데.


▶별의별 짓을 다해도 북한의 현 정세와 행태를 한 캐릭터로 몰아넣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아예 지킬 앤 하이드처럼 둘로 나눴다. 유연석이 현실적인 인물이라면 곽도원은 맹목적 중국 혈맹파로 나눠서 이야기를 이끌도록 했다.


-정우성이 대한민국 대통령 역으로 출연했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위원장이 현실 속 실제 인물들과 닮았기에 '강철비2'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도 특정 인물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법한데. 정우성은 난민 문제와 관련해 꾸준히 자기 생각을 밝히기도 했고, 친박단체들이 정우성을 반대하기도 했던 터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을텐데.


▶그런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1편에서도 북한 사람이 왜 이렇게 잘생겼냐는 시선도 있었다. 2편에선 대한민국 대통령을 정우성이 연기하는 것에 대해 어떤 의견이 있은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1편 남북의 인물을 2편에선 바꿔서 출연시킨다가 캐스팅 의도여서 그랬을 뿐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정파적 입장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난 교육과 안보는 정파적 이해가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실 정우성도 처음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역이라고 해서 몇 번 고사했다. 어찌 스스로도 고민이 없었겠나. 그럼에도 이 영화를 택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난 '강철비2' 속 대통령은 특정인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입장을 담아내는 캐릭터이길 바랐다. 그리고 정우성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런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 지가 궁금했다. 그 표정이 이 영화를 잘 대변하기도 한다. 고독한 연기이기도 해서 실제로 영화 촬영 중반 정도까지 일부러 말을 잘 안 걸고 고독하게 있도록 했다. 절반 정도 지나서 이런 이유로 그랬다고 정우성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북한 위원장 역을 맡은 유연석은 어땠나.


▶메소드 연기를 했다. 그 인물이 됐다. 이 영화에서 유연석과 앵거스 맥페이든의 연기 합은 최고 볼거리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강철비'는 앞에 부분이 판타지고 후반이 리얼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강철비2'는 앞에 부분이 리얼하고 뒷부분이 판타지 같다고도 할 수 있는데.


▶난 북한의 핵문제는, 특히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 문제는 해결법이 4개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전쟁이고, 두 번째는 미국과 수교를 통한 북한의 자발적인 비핵화요, 세 번째는 유엔 제재로 인한 비핵화, 네 번째는 대한민국의 핵무장이라고 생각한다. '강철비2'에는 이 네 가지를 모두 담으려 했다. 그레이엄 앨리슨의 '결정의 본질'과 '예정된 전쟁'이란 책이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예정된 전쟁' 같은 경우 영화에도 등장한다. 그래서 철저히 리얼 베이스를 놓고 그 속에 해결 방안을 그려보려 했다.


-'강철비2'는 자칫 먹물영화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고민했던 게 먹물을 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이야기를 풀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영화 시작부터 국제 정서를 쉽고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영상으로 소개했다. 보여주면 믿는다는 버스터 키튼의 말처럼, 일단 보여주고 시작한다.


-'강철비2'의 영화적인 백미는 아무래도 잠수한 전투일텐데.


▶내가 밀덕이라 특히 그런 것들을 실제처럼 묘사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밀고 갔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잠수함전이 실패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장르의 재미를 끝까지 밀어붙이도록 했다.


-잠수함 세트는 어떻게 만들었나. 좁은 장소에서 촬영이라 쉽지 않았을텐데.


▶북한에서 실제 핵잠수함을 만들면 어떨지를 생각하면서 제작했다. 그래서 러시아 핵잠수함을 염두에 뒀다. 실제 잠수함 사이즈로 20억원이 들어서 두 달 동안 만들었다. 실제 잠수함을 만드는 회사에서 부품을 구했다. 잠수함의 움직임을 실제처럼 담기 위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짐벌을 만들었다. 이 잠수함 세트는 후대를 위해서도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강철비2'는 원래 4월말 개봉을 염두에 뒀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추석 정도로 밀렸다가 다시 급하게 여름 텐트폴 영화로 결정됐는데. 이런 상황이 아쉬울 법도 한데.


▶저희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한국영화계와 극장들도 생각해야 했고, 뒤로 간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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