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재확산으로 12월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었다. 기대작들은 결국 개봉을 연기하고, 일일 관객수는 6개월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8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일 극장을 찾은 총관객수는 2만 4014명이다. 이는 지난 6월3일 2만 8185명 이래 처음으로 2만명대로 떨어진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한 여파가 그대로 극장을 강타한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초창기가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맞고 있다. 개봉작들이 줄줄이 연기하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수도 급락하고 있다.
7일에는 CJ엔터테인먼트가 12월 기대작인 '서복' 연내 개봉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 영화. '불신지옥'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공유와 박보검이 호흡을 맞춰 팬들의 기대가 컸다.
CJ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서복'을 내부적으로 12월2일 개봉할 계획이었지만 11월 17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발표가 나오자 12월 23일로 잠정 연기했다. 12월 23일 개봉을 검토했던 '영웅'을 내년으로 연기하고 자리 이동을 한 것.
하지만 CJ엔터테인먼트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데 이어 다시 지난 6일 2.5단계로 격상되자 결국 '서복' 연내 개봉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말까지 2.5단계로 격상돼 극장 내 한 좌석 당 띄어앉기, 오후9시 이후 영업중단이 확정되자 연내 개봉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는 후문이다.
8일에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또 다른 12월 기대작이던 '인생은 아름다워' 연내 개봉을 포기하고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는 마지막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 분)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 분)의 이야기다. 한국영화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기대가 컸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당초 12월16일 개봉을 계획했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하자 내부적으로 12월30일로 개봉을 변경했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자 결국 연내 개봉을 포기하기로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7일 오전까진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방침이었지만 이날 '서복' 연내 개봉 연기가 발표되자 긴급 회의 끝에 늦은 오후 '인생은 아름다워' 연내 개봉 연기를 최종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영화 뿐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비롯해 '걸' '워 위드 그랜드파' 등 12월 개봉 예정이었던 외화들도 줄줄이 개봉을 연기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여파로 12월11일 열릴 계획이었던 제 41회 청룡영화상도 2021년 초로 연기한다고 8일 발표했다.
앞서 12월1일부터 5일까지 무관중 온라인으로 열린 충무로영화제에 참여했던 민규동 감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영화제에 참여했던 감독, 배우, 스태프들이 줄줄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도 했다. 민규동 감독의 부인인 홍지영 감독은 '새해전야'를 12월말 개봉을 앞두고 있던 터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민규동 감독과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은 관계자들이 음성이 나오긴 했지만 밀접접촉자들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12월 극장가 및 한국영화산업은 코로나19 확산 초창기였던 2~3월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 대부분을 이미 썼기 때문이다. 극장들은 희망퇴직에 일부 지점 영업 중단 등 긴축경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다시 맞았다. 기대작들의 대거 연기로 상황이 언제 호전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12월부터 이듬해 1,2월은 여름 성수기와 더불어 극장에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시즌이다. 이번 겨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혹독한 위기를 보낼 것 같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현재로선 극장 문을 닫는 게 차라리 더 나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투자배급사들도 신규 투자를 사실상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촬영이 진행 중인 영화들도 코로나 여파로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살얼음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영화산업이 다시 전방위적인 위기를 맞았다.
혹독한 겨울나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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