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원더풀 '미나리'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15일 발표한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명단에서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한국배우로는 사상 처음으로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스티븐연도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감독 정이삭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만든 영화다. 희망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가족이 척박한 환경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영화지만 대사의 80% 가량이 한국어며, 윤여정과 한예리를 비롯해 한국계 배우들이 영화의 주요 인물을 연기했다.
'미나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행진을 이어가며 오스카 레이스에서 청신호를 켰다. 특히 윤여정은 32개 트로피를 품에 안아 일찌감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이 점쳐졌다.
지난해 한국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데 이어 한국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전망이다.
다만 아쉬운 건 한예리의 후보 지명 불발이다.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꿈을 쫓는 남편과 달리 안정적인 가족의 삶을 바라는 아내 모니카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다. 비록 윤여정의 수상 행진과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가려졌지만 한예리의 연기는, '미나리'에서 가장 주목할만 했다. 미국 언론도 한예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그US는 "한예리는 글 속에서만 존재했던 ‘모니카’에게 강하지만 동시에 절제된 캐릭터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호평했다. 더 컷은 "시나리오에선 모니카의 존재가 아주 옅었다는 점을 알고 나면 한예리가 선보인 연기는 더욱 놀랍다"면서 "한예리가 스스로 감정선을 그려가며 절제되고 설득력 있는 여성으로 모니카를 다듬어 나갔다"라고 소개했다.
한예리는 그런 호평이 부족할 만큼, '미나리'에서 섬세하고 강인하고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다. '미나리'는 한예리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녀가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지켰다. 단지 연기 잘하는 배우 한예리를 넘어서 언어가 달라도 공감시킬 수 있는 배우 한예리를 입증했다.
그렇기에 '미나리'의 오스카 후보 지명에 아낌 없는 축하를 보내면서도, 한예리의 후보 지명 불발에 아쉬움이 남는다. 후보가 되지 않았더라도 한예리의 연기가 빛이 바라진 않을 터. '미나리'로 한예리가 보다 많은 세계 관객들에게 재조명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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