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의 K-콘텐츠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바로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만큼 작품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호평과 혹평이 공존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지난달 28일 이후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선한 소재와 긴박한 스토리, 사실적인 묘사로 좀비 웹툰계의 레전드가 된 동명 인기 웹툰이 시리즈로 재탄생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원작의 큰 뼈대를 가지고 여러 설정을 덧입히며 살을 붙여 완성했다.
극의 전개 방식이 기존의 좀비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이 가장 신선하게 다가오는 점은 좀비 소굴이 된 곳이 다름 아닌 학교라는 점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또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 기존 좀비물과는 색다른 정서와 재미를 선사한다.

신예 배우들의 신선한 얼굴이 여기에 힘을 더한다. 배우 박지후부터 윤찬영, 조이현, 로몬부터 유인수, '오징어 게임'에 이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이유미까지. "캐릭터들의 앙상블에 신경쓰며 캐스팅했다"라는 이재규 감독의 말처럼,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신인 배우들이 우리 곁에 실제로 있을 것 같은 10대 학생 캐릭터로 분해 극의 활기를 더한다. 이 가운데서도 이유미와 유인수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띄는데, 이유미는 초반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허무하게 사라진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특히 학생들의 '관계'에 집중한 것이 제대로 통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극을 끌어나가는 것은 결국 인물 간의 관계다. 누군가와 친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를 싫어하는 얽히고설킨 감정들은 극을 이끌고 가는 동력이 된다. 미성숙하기도, 그렇기에 더 맹목적이기도 한 이들의 감정은 '좀비'라는 큰 틀을 넘어 캐릭터들의 감정과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청산(윤찬영 분)과 온조(박지후 분), 수혁(로몬 분)과 남라(조이현 분)의 관계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좀비물에 학원물을 잘 녹여낸 셈이다.
그러나 일부 캐릭터들을 그리는 과정에서 삐끗 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폭력을 중심으로 성폭력, 미혼모, 빈부 격차 등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를 다루는데 극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
바이러스의 등장 원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들에서 시작된다는 설정은 보는 이들에게 느낌표보다는 물음표를 안긴다. 또한 학교폭력, 성폭력 피해자를 다루는 과정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소재를 단순히 흥미 위주로 풀어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해당 캐릭터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에서 그치기 때문에 '그 장면이 꼭 필요했나'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여기에 경찰, 소방관, 국회의원 등 다채로운 어른 캐릭터를 배치해 학교 바깥의 이야기를 확장시켰지만, 해당 인물들은 다소 평면적이게 느껴지며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는 '굳이 없어도 되는' 에피소드처럼 느껴지며 극을 순식간에 지루하게 만든다. 선택과 집중이 부족한 탓에 12부작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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