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오스카"..윌 스미스 생방송 폭행, 할리우드 비난의 목소리 [종합]

"누군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악의 오스카라고 할 것이다"(뉴욕 타임즈)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마땅해 보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관심은 그가 시상자 크리스 폭의 얼굴을 손으로 때렸다는 것이다. 아내 제이다 핀캣 스미스에 대한 농담에 분노한 윌 스미스는 전 세계가 보는 가장 큰 영화 시상식 생중계 도중 무대에 올라가 손으로 시상자의 뺨을 때렸다. 윌 스미스는 수상 후 아카데미와 동료들에게 사과했지만 할리우드 현지에서는 선을 넘는 농담과, 생방송 중의 폭력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장편 다큐멘터리 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코미디언 크리스 락은 하비에르 바르뎀을 항해 "오늘 이 자리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남편 역할을 하기 제일 힘들 것 같다. 아내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남녀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내가 수상을 못한다면 하비에르 바르뎀도 수상하면 안된다. 아마 윌 스미스가 타길 바랄거다"라고 웃었다.

이어 크리스 락은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캣 스미스를 바라보며 "제이다, 아이 러브 유. '지 아이 제인' 2를 얼른 보고 싶다"라고 농담을 했다. 이를 들은 윌 스미스는 손으로 박수를 치며 웃었지만, 제이다 핀캣 스미스는 기분 나쁜 모습을 보였다.

잠시 후 크리스 락은 "저는 오늘 여기에.."라고 말을 시작하다가 "윌 스미스가 무대에 올라오고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순간 앞자리에 앉아 있던 윌 스미스가 무대에 올라와 크리스 락의 얼굴에 펀치를 날렸다. 크리스 락은 "와우. 윌 스미스가 방금 저를 때렸다"라고 말했고 관중들이 웃었다. 이 순간까지만 해도 모두들 이 상황이 농담과 미리 짠 콩트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자리에 앉은 윌 스미스는 "내 아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고 욕설을 하며 분노했다. 크리스 락은 "듀드"라고 부르며 "이건 '지 아이 제인' 농담이었다"라고 말했지만 윌 스미스는 다시 한번 "내 아내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고 소리쳤다. 이후 이 상황이 더 이상 농담이나 콩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았고 일순간 분위기가 얼어 붙었다. 크리스 락은 "알겠다. 안하겠다. 이건 TV 역사에 남는 밤이 되겠다"라고 상황을 정리 한 후 시상을 이어갔다.

당시에는 현장은 물론, 한국TV 중계를 진행한 안현모와 이동진 평론가도 당황했다. 안현모는 "크리스 락의 농담의 강도가 좀 셌다. 윌 스미스 아내 제이다 스미스의 헤어어스타일에 대해 언급해서 화가 난 것 같다. 제이다 핀캣 스미스는 탈모로 최근 고생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동진은 "'지 아이 제인'에서 데미 무어가 삭발로 등장해서 그 헤어스타일로 농담을 해서 화가 난 것 같다. 기분 나쁜 것은 맞지만 이렇게 생방송에서 폭행을 하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후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캣 스미가 탈모로 인해 고생하다가 머리를 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크리스 락이 데미 무어가 삭발로 출연했던 영화 '지 아이 제인' 다음 시리즈에 윌 스미스의 아내가 출연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농담을 하자 분노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가족을 두고 농담하면 안된다. 농담의 수위가 너무 셌다"라는 반응이 나오며 크리스 락이 과거에도 선을 넘는 농담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 수면에 올랐다.

미국 할리우드 현지에서도 "농담이 도를 넘었다"라는 의견과 "어떤 경우라도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다"라는 반응이 갈리고 있다. 미국 영화 배우 스티븐 A. 스미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본게 진짜인가? 제발 누가 가짜라고 해달라"라며 "그런 일은 무대 뒤에서 해결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이런 일에는 변명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큰 흠집을 냈다"라고 말했다.

영화 배우이자 제작자인 앤디 오스트로이는 "윌스미스는 농담으로 웃고 있었다. 그 후에 그가 한 행동은 나르시시트의 행동이자 폭력적인 행위다. 폭력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라며 "크리스 락의 농담이 얼마나 맛이 없었는데, 혹은 불쾌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공격할 권리는 없다. 방금 다른 사람의 뺨에 펀치를 날린 후 사랑을 말하는 당신은 위선자"라고 맹비난 했다.

뉴욕 타임즈는 "윌 스미스가 크리스 락을 때리고 난 후 돌비 극장 안의 분위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스크롤하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시상식 후 수상자들은 자신의 작업,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만 답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날 시상식의 '최악의 오스카'라고 할 것이다. 오스카가 골든 글로브로 느껴졌다"라고 썼다.

이날 폭행 이후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윌 스미스는 무대에 올라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벅차다"라며 킹 리차드의 실제 주인공인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와 리차드 윌리엄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윌 스미스는 "아카데미 측과 모든 동료들, 후보 분들께 사과의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윌 스미스는 끝으로 "아카데미가 내년에도 나를 초대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농담을 건네며 소감을 마쳤다.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 중계 진행을 맡은 이동진 평론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처음에는 각본이라고 생각했다. 윌 스미스가 태연하게 걸어나가서 뺨을 때렸고, 크리스 락이 맞고 나서 수습을 하기 위해 농담을 했을 때 태연하게 정리했다. '짜인 각본인데 참 이상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윌 스미스가 격한 욕설을 하는 걸 듣고 실제 상황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시상식 볼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동, 서양의 문화 차이가 있기도 한데 미국은 공적인 자리에서 독설과 센 농담들을 많이 한다. 심지어 크리스 락은 전례가 있다. 몇 년 전 쇼호스트였을 때 흑인들의 차별에 대해 비판하며 동양인들을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라며 "오늘 농담도 안 좋은 농담이다. 가족을 끌어들여서 비웃은 거니까 내 욕을 들을 때와 가족을 욕할 때 감정적인 모욕감의 차이가 크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크리스 락의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속담에 '웃느라고 한 말에 초상난다'라는 말이 있는데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 아내의 외모를 비하하니까 윌 스미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난 게 이해가 간다. 그렇다 할지라도 나가서 때리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크리스 락이 모욕을 준 건 맞지만 나가서 뺨을 때렸다는 건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한 것이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세 사람 사이의 일이다. 크리스 락이 먼저 이걸 공론화했지만, 윌 스미스의 행동은 현명한 방법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2년 동안 영화계가 엉망진창으로 굴러간 상태에서 올해 제대로 미국 영화인들이 모여서 좋은 쇼를 만들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 잔치의 판을 깨버린 거다. 쉽게 얘기하면 거대한 민폐를 끼쳤다. 애초에 크리스 락의 잘못이지만 맞대응한 윌 스미스도 훌륭한 행동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을 초래해서 아쉽고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앞으로도 아카데미를 비롯한 쇼비즈니스계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이날 공식 SNS를 통해 "아카데미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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