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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늑대사냥' 미친듯이 잔인하고 미친듯이 강렬하다 ①

[리뷰] '늑대사냥' 미친듯이 잔인하고 미친듯이 강렬하다 ①

발행 :

전형화 기자
사진

미친듯이 잔인하고, 미친듯이 강렬하다. 김홍선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 '늑대사냥'이다.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한국인 인터폴 수배자들을 국내로 이송할 컨테이너선 프론티어 타이탄. 14명 이상 죽인 연쇄살인범을 비롯해 각종 폭력, 납치, 강간, 마약 등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 움직이는 교도소에 탑승한다. 이들을 태우고 한국으로 가야하는 형사들과 어떻게든 탈출을 꿈꾸는 범죄자들로 프론티어 타이탄의 긴장감은 끓어오른다.


그러던 중 범죄자 리더 격에 속하는 종두를 구하려 배에 탑승한 부하들이 조용히, 그리고 잔인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배에서 끔찍한 소동이 일어난다. 피로 피를 씻는 일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피들이 배 속에 조용히 잠들고 있던 무엇인가를 깨운다.


'늑대사냥'은 '공모자들'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 '변신'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영화다. 처음으로 되돌아간 듯 하다. 잔인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데뷔작 '공모자들'처럼 배로 돌아가 더 잔인한 액션을 펼친다. 더 강렬해졌다.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가 프로듀싱하고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한 것 같다. 서사는 뒤틀리고, 표현은 고어하다. 장르 영화 팬들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것 같다.


'늑대사냥'은 영화의 장르가 탈바꿈한다. 잔혹한 범죄물로 시작했다가 판타지 고어물로 변한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즐겼던 관객들에겐 이 같은 변화가 즐겁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겐 낯설 수도 있다. 즐겁든, 낯설든,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최근 10여년간 한국 상업영화에서, 전쟁영화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등장인물이 죽는다. 죽이는 방식과 묘사와 죽음에 대한 태도까지, 다양하다. 칼, 총, 도끼, 이빨(이가 아닌),끊어진 팔, 단단한 발 등등등. 피는 분수처럼 치솟고 늪처럼 가라앉는다.


이런 방식과 묘사가 불편한 사람들이라면 눈을 질끈 감아야 할 순간이 많을 듯 하다.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고어한 묘사가 반가운 관객들은 차마 박수를 칠 수는 없겠지만 마스크 속에서 탄성을 지를 듯 하다. 분명한 건, 눈을 감고 보든 눈을 뜨고 보든, 영화가 마지막까지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질끈 감은 눈을 살며시 뜨고,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어느 순간 보고 있을테다. 그건 고어한 묘사가 등장할 때까지 이어지는 액션과 긴장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늑대사냥'이 죽음을 다루는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잔인한 죽임과 허망한 죽음이 쌓이다 보면 이 영화가 대하는 죽음에 대한 태도를 만나게 된다. 이 죽음에 대한 태도는, '늑대사냥'의 세계관과 닿아있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 같은 거대한 세계관의 시작이자 피칠갑 속에서 발견하는 어떤 맑음이다. '늑대사냥'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다면 후속작으로 이 세계관은 더욱 확장될 것 같다.


'늑대사냥'은 고어 장르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특이하게도 젠더 감수성과 관련한 불쾌함이 거의 없다. 난폭한 남성 죄수들과 거친 남성 형사들 사이에 여자 형사와 여자 죄수가 같이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피칠갑 고어 장르인데도 그렇다. 김홍선 감독은 그 균형을 절묘히 잡았다.


사악한 악인 종두를 연기한 서인국은 좋다.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가장 이질적인데, 가장 좋다. 종두의 사이드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든다. 엉덩이까지 노출하지만, 서인국 대사처럼 달달하진 않다. 도일을 연기한 장동윤은, '늑대사냥'의 상업적인 성공 유무를 떠나 그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듯 하다. 범죄자 커플을 연기한 고창석과 장영남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범죄자 운송작전을 모니터하는 형사 역을 맡은 성동일은, 김홍선 감독과 만날 때면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늘 보는 생활 연기가 아닌. 형사 다연을 연기한 정소민은 나쁘지 않다. 필요할 때 필요한 일을 했다.


'늑대사냥'은 강렬하다. 막판에 파워밸런스가 살짝 흔들리는 것 같은 아쉬움은 있지만 강렬함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잔인함만으로 강렬함을 끝까지 이어갈 수는 없는 법. 서스펜스에 대한 계산이 상당하다. '늑대사냥'은 멀멀한 영화들 속에서 모처럼 등장한 강렬한 영화다. 손가락 사이로 끝까지 보게 만드는 영화다.


9월2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추신. 극장 관람시 옆사람 반응에 따라 영화가 더 재밌을 수 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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