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데뷔와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은 지금, 연기를 대하는 마음은 같지만, 김우빈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비인두암 투병 이후 당연한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느낀 배우 김우빈은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17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의 배우 김우빈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
공개 후 단 3일 만에 3122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이에 김우빈은 "기대를 많이 안 해야 실망을 안 하니까 기대를 안 하려고 노력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분들께 소개시켜드리자는 게 목표였는데 많이 봐주셔서 놀랐다. 배우들도 너무 좋아하고 있고, 감사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우빈은 '택배기사'에서 택배기사 랭킹 1위 5-8 역을 맡았다. 5-8은 오염된 대기와 헌터들의 공격을 뚫고 신선한 산소와 음식, 생필품을 배달하는 전설의 택배기사. 헌터들이 그의 쉬는 날을 노릴 정도로 막강한 전투 실력을 가진 5-8은 밤이 되면 몇몇의 택배기사들과 함께 난민들을 돕는 기사(Knight)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이날 김우빈은 '택배기사'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먼저 '마스터' 이후 조의석 감독님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게 참 좋았다. 당시만 해도 우리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까 대본을 읽어봤는데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고, 궁금하더라"라며 "또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다는 걸 느꼈고, 5-8 캐릭터가 궁금해서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대본이 4부까지 나와 있었는데 감독님이 믿어달라고 했다. 이전에 같이 작업했을 때 좋은 기억과 믿음이 있었고, 함께하는 과정도 즐거웠다. 감독님과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품에 등장하는 흡연신은 모두 CG(컴퓨터 그래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피우는 것보다 어색하긴 한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5-8이 담배를 자주 피우는 인물이더라"라며 "감독님께서 이 설정은 빼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보기에도 5-8과 담배가 이상하게 잘 어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감독님께 '만약 이게 CG로 가능하다면, 연기를 해보겠다'라고 했고, 연기가 있는 걸 지우는 건 어려운데 없는 걸 만드는 건 쉽다고 하더라. 불을 붙이지 않은 모형 담배로 연기를 했다"며 "담배 연기의 타이밍, 재를 털어내는 타이밍까지 계산하면서 나름 재밌게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보시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봐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었다"면서 "실제로 아버지도 공개 후에 담배 장면을 보고 놀라셨다고 하시더라. 흡연신은 CG라고 미리 말씀드렸는데 워낙 잘 구현해 주셔서 '몸에 안 좋진 않았을까' 걱정이 되셨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액션신이 많은 만큼 체력적인 부담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몸 상태가 좋아진 김우빈은 대부분의 액션신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그는 "'택배기사' 이전에 1년 반 동안 다른 작품을 찍었고, 이어서 바로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에 걱정했다"면서도 "다행히 너무 체력이 좋아져서 즐겁게 촬영했고, 스태프분들도 힘들지 않도록 스케줄을 조정해 주시면서 도와주셔서 무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액션은 다 힘들다. 한 컷 한 컷 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야 하는데 '마스터'에서 호흡을 맞췄던 형들과 함께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액션신은 리액션이 중요하니까 어설프게 쳐도 잘 받아줬기 때문에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며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는 과거의 액션이 현재와는 달랐으면 했다. 과거에는 경험이 부족해서 투박하고, 거칠고, 날것 같지만 그 상황과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잘 담겨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김우빈은 역할을 잘 표현하기 위해 전사를 고민했다. 그는 "5-8은 난민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있고 아픔이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인 것 같다. 촬영할 때도 그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생각한 5-8의 전사가 많은데 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부모님은 식량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그를 김정도라고 부르지만, 부모한테도 이름을 들어본 적 없기 때문에 애정도 없고 그렇게 부르는 것도 싫어해서 이름이 없는 인간처럼 살았을 것 같았다"며 "밝은 부모의 영향인지, 사람들과 잘 지냈지만 조금 전까지 동료였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적이 되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상처받고, 아파하고, 점점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도 뚝딱할배(김의성 분)를 통해 어른이란 이런 존재라는 걸 알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역할을 믿어야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디테일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작은 걸 상상하려고 했고, 헷갈리면 감독님께 물어보기도 했다"며 "목소리 톤이나 외모 등 멋있어지려고 연기하지는 않는다. 외적인 모습보다는 5-8의 존재와 행동의 이유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앞서 김우빈은 비인두암 투병으로 활동을 중단했고, 완치 후 6년 만에 복귀한 바 있다. 그는 "투병 이후 작품에 대한 마음은 같다. 어떤 작품이든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제가 할 일"이라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감사한 부분이 너무 많다. 투병 이전에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줄 알고 남들 영양제 다 챙겨주면서 저는 안 먹었다. 근데 당연하게 생각했던 걸 잃어보니까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고, 더 감사하게 잘 지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쉬는 기간 너무 많은 응원과 힘을 받아서 도움이 많이 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힘이 됐던 건 '우빈 씨 나도 투병했는데 지금 너무 건강해'라는 말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다 보면 안 좋은 이야기도 많으니까 걱정하게 될 때가 많은데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으면서 힘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가족 이외에 존재 자체만으로 힘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건강을 잘 유지해서 제 위치에서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비인두암 환우분들은 제가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열심히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더 많은 분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우빈은 "투병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게 되는데 속상했던 건 저한테는 일이 전부였더라. 쉴 때도 일 생각만 하고, 제 삶이 없었던 것 같다. 당시에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나를 찾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지금은 제 삶이 더 중요하다. 이건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예전에는 밤 신이 있으면 그 신에 맞춰 밤낮을 바꿨는데 이제는 최대한 제 삶의 루틴과 리듬을 깨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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