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려원, 이정은이 고혜진 감독의 '하얀 차를 탄 여자'에 올라타고, '트라우마'와 '편견'이라는 주제를 스크린에 그려냈다. 진실과 거짓 사이, 각기 다른 기억과 증언을 통해 사건이 전혀 다른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서스펜스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 고혜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고혜진 감독과 배우 정려원, 이정은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 분)이 경찰 현주(이정은 분)에게 혼란스러운 진술을 하면서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의 연출을 맡은 고혜진 감독은 JTBC 드라마 '검사내전', '로스쿨',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마이 유스'와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예능 '크라임씬2' 등을 통해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인물 중심의 연출력을 선보여왔다.

'하얀 차를 탄 여자'로 입봉하게 된 고혜진 감독은 "굉장히 패기 있게 초보 연출자로 시작했는데 스릴러는 굉장히 어려운 장르더라"라며 "'크라임씬', '로스쿨' 등을 하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단막극으로 입봉했는데 너무 어렵다는 걸 찍으면서 알았다.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편집의 리듬과 호흡이 중요해서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혜진 감독은 정려원, 이정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며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14일 만에 찍은 영화인데 추운 겨울날 고생하셨다. 3년 반 만에 극장에 나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획 단계에서부터 두 분을 염두에 뒀다. 대안도 없었고, 두 분이 안 하겠다고 하시면 입봉을 못하겠다 싶은 수준이었다. 정려원 배우는 알아가면서 그동안 시크하고, 똑똑하고, 커리어 우먼 역을 많이 했는데 제가 아는 언니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연약한 부분이 있다. 이 언니를 피해자 역할로 만나고 싶었다"며 "이정은 배우는 우직하고 든든한 분이기 때문에 관객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맡아주시기엔 딱 맞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흡입력이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목격자 도경을 연기한 정려원은 예측 불가능한 진술 속에서 진실을 갈망하는 인물의 불안과 혼란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정려원은 '게이트'(2018)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는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인데, 물론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저한테는 오늘 이렇게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소원이 이뤄진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개봉한다는 것 자체로 감격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저에게는 영화가 멀고,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개봉을 실감하고 나니까 원하고, 소원하면 이뤄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정려원은 고혜진 감독과 인연에 대해 "현장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인데 현장이 순탄하게 잘 돌아가는 건 조연출이 유능한 것"이라며 "'검사내전' 촬영 현장에서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똑똑하고, 말도 잘 통하고,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작을 하게 되면 꼭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데뷔작을 해주겠다고 하고, 대본을 받았는데 영하 20도에 맨발로 뛰게 됐다. 그래도 같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 현주로 분한 이정은은 냉철한 카리스마와 깊은 내면 연기를 동시에 선보이며 도경과 팽팽한 긴장감을 완성한다.

이정은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 추운 날씨에도 정성을 많이 기울였다. 여성 서사 영화가 좀 나오기 시작할 무렵에 찍었는데 시나리오 읽고 재밌었고, 고혜진 감독의 데뷔작을 함께하게 된 것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고생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한 고생은 고생이 아니더라"라며 "물공포증이 있는데 이 인물은 물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 부분이 좀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혜진 감독에 대해 "'로스쿨', '눈이 부시게'를 할 때 현장에서 만난 스태프 중에서 어린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좋은 시나리오 있으면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그게 제가 살아갈 방법"이라고 웃으며 "조연출 역할도 잘했지만, 티저 작업을 많이 했는데 되게 반응이 좋았다. 뭔가 일을 낼 감독님이라는 생각에 차에 올라탔는데 좀 오래 걸렸지만, 스크린으로 뵙게 돼서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정려원은 이정은과 호흡에 대해 "너무 좋았다. 현장이 신났다고 하면 될 것 같다. 혼자 연기하다 보면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내공이 엄청난 배우를 만나면서 큰 기둥이 제 옆에 버티고 있는 것 같아서 든든하고 기뻤다. 제가 너무 팬이었고, 사람으로도 너무 팬이 됐다"며 "상대 배우랑 연기할 때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선배님 촬영하는 걸 보면서 제가 놀랐던 건 화장실에서 거울 보는 장면에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현주 같았다. 스크린으로 보고 놀랐던 건 말투가 따뜻한 순경 느낌이 있는데 의심할 때 살짝 눈이 매서워지는 구간에서 소름 돋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정은은 "정려원 배우는 며칠 밥도 안 먹고, 점점 말라가는데 사건을 파헤치는 저는 거대하다. 저는 제 콧구멍밖에 안 보이더라.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연기를 본다는 건 굉장히 놀랍다. 너무 멋진 배우를 만났다"며 "도경이가 가지고 있는 강인함과 연약함 사이에서 저를 헛다리 짚게 하는 연기를 탁월하게 해줘서 즐겁게 작업했다. 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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