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디바' 임정희 "5년을 기다린 내음악"

"'Music is My Life'는 5년을 기다린 노래."

탁월한 가창력과 매력적인 음색, 고교 때 이미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 박진영과 방시혁의 눈에 들어 두 차례의 오디션을 너끈히 통과한 노래실력. 임정희는 분명 '준비된 가수'였지만 데뷔 음반을 내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보컬 트레이닝 등의 수련을 위해 그저 5년을 기다린 것이 아니다. 5년을 기다리는 동안 앨범을 낼 수 있을 만큼의 노래를 녹음했고, 녹음된 노래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자신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노래가 없었다. 그저 가창력만 믿고, 흡인력 있는 음색만 믿고 음반을 낼 수 없었다. 간혹 끌리는 노래를 만나기도 했지만, 임정희 자신과 프로듀서(소속사) 그리고 대중이 다 같이 만족할 만하지는 못했다.

◆음악적 욕구 해소하려 거리공연 시작

임정희는 기다림에 지쳐 포기하겠다며 몇 차례 소속사를 떠나기도 했다. 눈물없던 그였지만 남몰래 우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임정희는 노래에 대한 욕심을 더 다스리기 힘들었다. 제 발로 다시 돌아와 기다림을 계속했다. 다른 가수의 음반에 피처링하고 다른 가수의 콘서트에 게스트 무대에 나서며 약간의 해소감을 맛봤다.

하지만 다른 가수의 무대에서는 자신의 음악적 욕구를 표출하기에는 모자랐다. 그녀는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서 도심의 소음에 더욱 목청 높여 노래를 불러야했고, 경찰의 소음 단속에 걸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임정희는 노래할 수 있어 행복했다.

"긴 기다림의 답답한 상황에서 시작한 거리 공연은 눌려 있던 음악적 욕구를 발산할 수 있었어요. 몇 번의 피처링으로 내가 좀 알려졌나보더라구요. 첫 거리공연에 많은 사람들이 와줘서 더욱 힘이 났었어요."

◆데뷔곡 'Music is My Life'는 애초 CF음악

5년 째 기다리던 노래는 거리공연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뜻밖의 분야에서 임정희를 찾아왔다. 바로 CF 음악이었다. 프로듀서 방시혁에게 mp3 플레이어 업체에서 광고음악 의뢰가 들어왔고, 방시혁은 임정희의 길거리 공연을 모티브로 노래를 만들었다. 그래서 태어난 노래가 바로 'Music is My Life'.

'Music is My Life'를 받은 임정희는 본 녹음을 하기 전, 멜로디를 익히려고 가이드 녹음 한 것이 그대로 ‘완성품’이 되버렸다. 감정을 살리고 박자도 맞출 겸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부른 것이 오히려 노래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노래를 부르면서 내 노래라는 느낌이 확 왔어요. 내가 추구하는 펑키한 분위기의 솔 음악에 딱 맞았어요. 또 '음악이 내 인생'이라는 가사도 너무 나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Music is My Life'는 CF 공개와 함께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순식간에 큰 화제를 모았다. 결국 임정희는 이 노래를 데뷔 곡으로 정하고 앨범을 발표했다. 가요계에서도 대형 신인이 나타났다고 반겼다.

◆인기 높아졌지만 방송보다는 거리공연

임정희의 실력과 데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져 한 유명 포털사이트에서는 별다른 사회적 이슈가 없는데도 가수부문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화제를 모으며 데뷔한 임정희는 그러나 '편한' 방송을 택하지 않고 또다시 힘든 거리로 나섰다. 방송에만 의존하지 않고 거리에서 직접 대중에게 음악을 알리는 새로운 음반 활동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작은 희망에서다.

"거리공연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는 임정희는 자신의 말처럼 거리공연을 계기로 자신이 기다리던 노래를 만나게 됐고, 결국 5년의 긴 기다림을 끝낼 수 있었다. 거리공연의 덤으로 허스키한 목소리를 갖게 돼 호소력도 배가됐다.

임정희의 데뷔 앨범에는 'On the street'라는 제목의 스킷(Skit)에 거리공연 실황이 그대로 담겨 있으며, 60~70년대의 솔(soul) 느낌을 살린 'Happy People'에서는 자신의 만든 노랫말을 통해 길거리 공연에 대한 감회를 표현했다. '시계태엽'은 대중성을 고려한 R&B 발라드로 방시혁이 작곡했고, 대만 출신의 중화권 스타 왕리홈은 임정희의 실력에 반해 '자유'를 선물했다. 그 외에 박진영이 4곡을 작곡했으며, 임정희도 1곡을 작곡했다.

'5년 만에 음반을 내고 나니 후련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더 긴장되고 힘들어요. 음악적으로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대중에게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대중과 가까이 가려고 선택한 거리공연을 통해 대중에 아주 가까이 다가간 뒤에 나중에는 내 음악으로 대중을 이끌어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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