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성격이 밝은 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내 몸과 마음의 성별이 다르다는 것에 크게 고민하거나 슬퍼하며 살지 않았다. 나는 내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여자로 살았다. 사춘기 때도 여자 같은 행동에 친구들로부터 '미스O'하는 식의 놀림 정도만 가끔 받았지, '왕따'도 당하지 않았고 암울한 시기를 보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 기억에 나는 4살 때부터 치마를 입었다. 5세 때는 '공식적으로' 치마를 입고 다녔는데 어머니는 그저 내가 예쁘다며 별다른 말이 없으셨다. 그러나 할머니는 치마 입는 나를 무척 싫어하셔서 내가 입던 치마를 찢어버리기도 하셨다. 유치원 때는 여선생님의 허리 잘록한 드레스가 너무 예뻐서 엄마 옷을 변형해 그 여선생님의 옷처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고무줄놀이, 인형놀이, 피아노 치기를 좋아했고, 자수공예를 즐겨했다. 여자아이의 머리를 땋아주기도 좋아했고, 엄마 화장품으로 다른 친구에게 화장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눈썰미가 좋아 한번만 보면 그대로 곧잘 따라했는데, 메이크업을 배우지도 않았는데도 그 어린 나이에 코 윤곽까지 그려줬다.
나는 학창시절을 조용하게 보냈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중고때 교내 시화전 등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체육이 너무 싫었다. 체육시간이 싫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미술, 음악시간은 너무 좋았다.
부모님은 여자로 행동하는 나를 두고 '왜 여자같이 행동하느냐'는 말만 하시고 엄하게 꾸짖지는 않으셨다. 함께 TV를 보다가 트랜스젠더가 나오면 "너도 저렇게 해라"라고 웃으시며 농담하실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키가 컸던 나는 중학교 때 반바지를 입고 밖에 나가면 다들 엄마에게 "따님이냐. 따님이 참 예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언젠가는 짧은 반바지를 입은 나를 보고 한 운전자가 한눈을 파는 바람에 접촉사고가 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미 두 아들을 얻으신 부모님은 딸을 낳으려고 셋째인 나를 낳으셨다.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는 '꽃을 키우면 딸을 낳는다'는 말에 매일 꽃을 키우며 꽃과 함께 지내기도 하셨다. 어린시절부터 내가 여자처럼 행동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던 것은 아마도 그토록 딸을 갖고 싶으셨던 마음이 커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성전환수술을 한 것을 아셨을 때 당신께서 '내가 자식을 잘못키웠구나'라는 후회의 말을 하시며 한없이 우셨을 때를 생각하면 말이다.
<사진=박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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