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커 서문탁(28)이 돌아왔다. 5집 ‘피아니시모’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꽤나 오랫동안 우리 곁을 떠나 있던 서문탁이 “팬들을 위한 음악을 담았다”며 2007년 자신 있게 6집을 내놨다. 타이틀곡 ‘가거라 사랑아’를 비롯해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을 담은 자작곡 ‘질러탁에게’까지. 서문탁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팬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특히 서문탁은 “젊을 때는 젊었을 때의 매력이 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음악 속에 성숙함을 녹여내고 싶다. 록이라는 모토 아래 다양하고 속 깊은 음악을 담았다”며 6집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아름다운 로커를 꿈꾼다.”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 이 노래는 서문탁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래다. 이 노래 덕분에 그녀의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졌고, 지금에 이르는 발판이 됐다. 물론 노래가 먼저 알려지면서 그녀의 중성적인 보이스는 서문탁을 남자냐, 여자냐 논란에 휘말리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은 서문탁하면 으레 ‘남자 같은 성격일 것’이라는 편견을 갖는다. 음악 역시 거칠다고.
그런데 알고 보니 서문탁은 ‘아름다운 로커’를 꿈꾼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녀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꽤나 다른 의미지만 서문탁은 ‘거침’보다는 ‘부드러움’이 녹아든 록음악을 하고 싶다.
“‘아름다운 로커’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면 예쁜 여가수도 많은데 무슨 말이냐고 사람들이 웃을지도 모르죠?(웃음) 우선 ‘아름다운 로커’는 수많은 남자가수들 사이에서 여자로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에요. 또 개인적으로는 외모 뿐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이 노래 가운데 묻어나는 그런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사실 노래는 가수에게 있어 마음의 창이다. 노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서문탁은 노래를 통해 외적인, 내적인 아름다움 모두를 들려주고 싶다.

“꽃병에 물을 많이 준다고 꽃이 싱싱한 건 아니다.”
서문탁이 음악을 하며 바라는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즐거운 음악 그리고 변화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다.
서문탁은 몇 년 전 음반이 무척이나 잘되고 있을 때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대학생처럼 아르바이트하며 학비를 벌어 공부하고, 생활하고 또 기타를 매고 라이브 공연을 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는 상당한 도전이었다.
그녀가 떠날 때 사람들은 물었다. ‘왜 가냐고? 지금 한창 뜨고 있는데 왜 지금이냐고’라고.
“예전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제는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에서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다 버리고 일본으로 떠날 수 있었던 이유다. 다행히 서문탁은 일본유학을 만류하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유학 때문에 한국에서의 공백이 서문탁이라는 가수를 완전히 잊혀지게 할꺼라고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꽃이 꽃병에 물이 많이 들어있다고 잘 자라는 건 아니잖아요. 자주 물을 비우고 새 물을 채워줘야죠. 일본유학은 내가 썩기 전에 물을 바꿔주는 과정이었어요.”
늘 변화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행히 일본 유학은 서문탁에게 일본이란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 ‘화산고’의 OST 작업을 하던 일본 작곡가가 서문탁에게 노래 요청을 해온 것은 물론 뮤지컬 요청도 조금씩 늘고 있다. 특히 서문탁은 “일본어를 배워둔 덕을 톡톡히 본다”며 여유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경제학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하나를 얻으려며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사람들도 늘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서문탁은 조금 더 길게 내다봤고, 결국 기대 이상의 목적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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