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부근 해상에서 국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나라 전체가 비통해했다. 나라 전체가 침통함에 빠진 가운데 가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희생자와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발매 예정이었던 신곡 발표를 뒤로 미뤘다. 오랜 시간 준비해 완성한 앨범이었지만 이 같은 행보는 당연한 것이었다. 팬들도 스타들을 기다려왔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엑소는 지난 4월 15일 대규모 컴백 쇼케이스를 열고 활동에 돌입하려 했으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뒤 일정을 변경, 약 한달 뒤인 5월 초 미니 2집 '중독'을 냈다. 지나는 대대적인 컴백 프로모션을 진행하려 했지만 애도를 표하며 신곡 발표를 연기했고 역시 5월 '예쁜 속옷'을 선보였다. 정기고는 4월 중순 발표하려던 '너를 원해'를 지난달 9일 발표해 활동했다.
티아라에서 첫 번째 솔로 주자로 나선 지연은 4월 30일 앨범을 낼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참사에 애도하는 뜻에서 솔로 프로모션을 잠정 중단했고 이후 지난달 20일 신곡 '1분 1초'를 발표, 최근까지 왕성히 활동했다.
윤종신은 지난 2010년 3월부터 매달 한 곡 이상의 신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인 월간 윤종신의 4월호를 휴간했다. 손승연은 당초 미니앨범이던 새 음반 발표를 취소하고 슬픈 정서가 담긴 싱글 '매일 다른 눈물이'를 냈다. 여기에 섹시 콘셉트로 컴백 채비를 마쳤던 피에스타도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박정현은 당초 4월 8일로 컴백일을 확정해놨으나 애도를 표하며 무기한으로 앨범 발표를 미뤄왔고 지난 17일 새 앨범 '싱크로퓨전(Syncrofusion)'을 냈다. 거미 또한 지난달 컴백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정을 미뤄 지난 10일 신보 '사랑했으니..됐어'를 선보였다.
블락비는 4월 17일 '잭팟'을 내고 컴백 예정이었는데 이를 잠정 연기, 해당 음원을 아직까지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블락비는 '잭팟'의 음원을 오는 7월 말 발표하는 새 미니앨범에 수록할 예정이며, 이 음반으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흥을 돋우는, 즐거움을 주는 공연도 속속 멈췄다. 바다와 정성화의 듀엣 콘서트는 5월 10일, 24일 대구와 서울에서 각각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애도를 표하면서 공연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정도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슬픔으로 5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진행하려던 '2014 콘서트 같이' 공연을 잠정 연기했다. 한류문화 공연 '와팝(WAPOP)'도 국민 정서를 고려해 잠정 중단했다.
이 외에 다양한 행사들이 취소됐다. 4월 크레용팝, 박시환, 앤씨아 등의 사인회가 모두 진행되지 않았고 같은 달 19일 에이핑크의 팬미팅 역시 미뤄져 약 2달 만인 이달 14일 열렸다.
KBS 2TV '뮤직뱅크'가 9주간 전파를 타지 않은 것을 비롯해 SBS '인기가요', MBC '쇼! 음악중심' 등 가요순위 프로그램도 대거 결방했다. 그야말로 가요계는 잠정 휴업 상태였다.
그렇다고 가수들이 마냥 쉰 것은 아니었다. 활동은 잠시 멈췄지만 애도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뮤지션으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추모곡 발표를 비롯해 훈훈함을 자아내는 기부, 의미 있는 행보로 국민들의 아픔을 달랬다.
유희열은 지난 5월 12일 '엄마의 바다'를 무료 공개했다. 신승훈은 지난 5월 초 열린 공연에서 직접 쓴 추모곡 '아이 윌(I WILL)'이란 곡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작곡가들도 동참했다. 4월 말 김형석은 음악 어플리케이션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레스트 인 피스(Rest in Peace)'를 공개했다. 윤일상도 연주곡 '부디'를 헌정했다.
팝페라 가수들도 애도에 앞장섰다. 임형주는 자신의 대표곡 중 하나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헌정하고 음원 수익금 전액을 유가족에게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사벨 역시 2011년 발표한 '다시는'을 헌정했으며 이 곡으로 발생하는 자신의 수익금 전액을 유가족에게 기부할 것을 알렸다.
기부 행렬도 잇따랐다. 타이거JK는 4월 말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 아버지인 고(故) 서병후의 이름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미쓰에이의 수지는 비슷한 시기 생명나눔실천 광주전남본부에 5000만원을 전하며 세월호 침몰 관련 일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했고 해당 금액은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주지회에 전달됐다. 김종국도 같은 달 애도를 표하며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00만 원을 전달했다.
애프터스쿨의 유이 역시 김종국과 같은 단체에 본명 김유진으로 3000만 원을 내놨다. 2PM의 준호도 3000만원을 같은 곳에 기부했다. 엠블랙의 이준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0만원을 전달하며 세월호 사고 구조 돕기에 나섰었다.

공연 수익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스타들도 많았다. 임창정은 전국 투어 수익금 중 일부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말했고, 아이유는 소극장 콘서트 수익금의 전액 기부를 알린 바 있다. 이정봉은 4월 말 발표한 '시간이 가면'의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포맨의 신용재는 이번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생 고 이다운 군의 꿈을 대신 이뤘다. 고인이 생전 만들었던 곡을 유족들의 동의하에 편곡한 뒤 신용재가 부른 '사랑하는 그대여'는 지난달 30일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세월호 참사에 가요계는 '올 스톱' 됐지만 가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애도를 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이 잠시 없었던 자리를 채웠다. 수많은 가수들이 동참한 애도 물결, 국민들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함께 가슴 아파한 날들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지현 기자starjij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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