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방언은 다채로운 음악 장르에 능통한 음악가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로, 현지에 가정을 두고 있지만 부모는 모두 한국인이다.
1960년생으로 올해 만 54세인 양방언은 니혼의과대학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늘 음악을 끼고 산 덕에 음악과 매우 가까웠던 그는 대학시절부터 음악가의 길을 걸을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1년 간 마취과 의사로 일한 뒤 결단을 내렸다.
"의사는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가출한 적도 있었어요. 음악을 정말 좋아했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걸 중학교 때 느꼈어요. 친누나들이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서 가요에 클래식까지 다양하게 듣고 자랐어요. 또 어렸을 때 친척 형이 밴드 음악을 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으면서 음악이 하고 싶었어요."
시작은 당찼지만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밴드의 세션으로 본격적인 음악을 하게됐고, 20대 후반부터 편곡과 작곡을 했다. 이 시기 퓨전 음악 밴드를 만들고 색다른 음악을 접했다. 30대가 된 양방언은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을 맡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항상 남을 위해 연주를 해왔던 양방언은 30대 중반 홀로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됐다.
양방언은 지난 1996년 솔로 활동에 돌입해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다큐멘터리, CF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곡가 겸 연주자로 폭넓게 활동 중이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음악감독,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공식음악 작곡 등 굵직한 업적도 많다. 다양한 음악을 작업하는 그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까.
"제가 원래 도쿄에 살았는데 산이 가까운 동네로 이사 가서 살고 있어요(웃음). 음악인들이 많이 모여 있죠.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요. 환경이 정말 좋아요. 공기도 좋고요(웃음)."

양방언은 무수한 음악 작업을 맡고 전 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중국 등을 오간다. 하지만 그에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얻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바쁘다는 생각을 하는 것보다 항상 그 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 해요. 바쁘다는 것은 포화상태를 말하는 건데 그건 싫어요. 아무리 바빠도 자기 컨디션을 유지해서 무언가가 (머릿속에) 들어올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죠. 그래야 계속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양방언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제주도와 연이 깊다.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를 유독 사랑한다. 제주도 해녀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해녀의 노래'도 만들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제주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주 판타지'라는 페스티벌도 기획했다. 전체적인 예술 감독을 맡아 지난 8월 공연을 펼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양방언이 약 1년 만에 여는 국내 정기공연이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양방언 에볼루션 2014(Evolution 2014)'라는 타이틀 하에 진행되는데 이전의 정기공연과 마찬가지로 구슬땀을 흘려 준비했다. 양방언에게 정기공연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특별해요. 제가 만든 음악을 보여드리는 자리니까요. 행사나 다른 공연에 제가 참여하는 것은 주최 측의 테마에 따라 선곡해야 하죠. 하지만 정기공연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아요. 첫 걸음부터 생각해야 하고 흐름, 전개, 무대, 구성, 악기 배치까지 모두 제가 스토리를 그려야 해요. '이 사람이 지금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어요."

양방언은 이번 공연에 기대를 당부했다. 그는 "영화를 스토리를 알고 보면 재미없는 것처럼 공연도 마찬가지"라며 "순간순간 신나는 흐름으로 흥분과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또한 "평소와 다른 양방언과 만날 수 있다"며 "더욱 관객과 가까워지는 공연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양방언은 지난 2004년부터 한국에서의 정기 공연을 선보여 왔다. 공연을 열지 못 했던 해도 있지만 꾸준한 공연을 통해 한국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한국 팬들을 향한 애정은 남달랐다. 매우 각별해 보였다.
"정말 좋고 자랑스러워요. 친절하고 착해요. 팬들끼리 의견을 모아 봉사활동도 하더라고요. 생각 자체가 자랑스럽습니다. 일본과는 다르게 공연장에서도 반응이 바로 와요. 좋은 연주를 할 때는 곧바로 박수를 쳐주세요. 일본은 좋아도 큰 표현이 없었다가 집에 가서 '좋았다'고 게시판에 글을 남기더라고요. 하하. 한국 팬들과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같이 등산도 다녀왔어요(웃음)."
양방언은 음악 그리고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고, 음악을 향한 진실함도 피부에 와 닿았다. 그는 늘 행복하다고 웃었다.
"매일 행복해요. 다양한 무대를 준비하면 그 과정은 힘들기도 하지만 연주를 하는 게 좋거든요. 음악을 보여드리는 것 자체가 보람 있죠.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로 국내외에서 활동할 거예요. 늘 계단을 오르는 느낌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폭 넓게 음악활동 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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