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루수'.
야구에서 가장 저평가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보통, 덩치가 크거나 키가 큰 선수들이 맡는다. 주자를 가까이 묶어두며, 뜬공과 땅볼을 몇 개 잡는다. 막강한 타력을 지닌 선수들이 주로 1루 수비를 맡는다. 오릭스의 이대호와, 삼성의 이승엽, 한화의 김태균이 대표적인 1루수에 해당한다.
LG가 11년 만의 가을야구에서 두산을 넘지 못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LG는 드라마같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운명의 '33연전(5/17~6/23)'에서 22승 9패의 성적을 거둔 뒤 내친 김에 8월에는 삼성을 제치며 시즌 1위에 등극했다. 결국 LG는 74승54패라는 성적으로 2위를 기록, 16년 만에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불안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1루'였다. 시즌 중 LG의 1루는 상대 선발에 따라 김용의, 문선재, 이병규(7번)가 번갈아가면서 책임졌다. 같은 포지션에 기량이 비슷한 두세 명의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플래툰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전문 1루수'의 부재를 드러내는 LG의 약점이기도 했다.
급기야 1루에서 사고도 터졌다. 지난 8월 13일 대구구장. LG-삼성전. 조동찬이 3루 타구 후 1루 수비를 보고 있던 문선재와 크게 충돌한 것이다. 당시 문선재는 1루 베이스를 가로막고 서 있었고, 조동찬은 문선재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1루 수비 때 1루수가 반드시 주자가 달려오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기본을 돌이켜보게 하는 수비였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1루의 악몽은 계속 됐다. 지난 19일 두산과의 PO 3차전. 3회말 선두타자 김재호의 유격수 땅볼 때 오지환의 송구를 이병규(7번)가 잡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어 무사 만루에서 김현수의 타구 때 1루에서 투수 신재웅과 타자 김현수가 크게 충돌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4차전에선 김용의마저 실책을 범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김기태 감독은 3루수에 김용의를, 1루수에 이병규(7번)를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LG는 실책 4개와 함께 자멸하며 4-5로 패했다.
이날 1루수로 기용된 이병규의 주포지션은 1루수가 아니다. 2010년과 2012 시즌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당시에도 외야수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처음 1루를 맡았다. 이병규는 1루수로 출전한 지난 9월 19일 문학 SK전에서도 베이스를 밟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병규의 신장은 178cm로 타 팀 1루수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이다. 보통 1루수들은 베이스에 가까이 붙어 긴 팔과, 다리 등을 이용해 악송구까지 잘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전문 1루수가 아닌 그에게, 큰 경기 수비에 대한 부담감까지 더욱 가중됐다. 결국 김기태 감독도 4차전에서 1루에 다시 김용의를 배치했다. 하지만 믿었던 김용의마저 이날 2회 포구 실책을 범하며 선취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이제 LG의 목표는 내년 시즌으로 향한다. LG의 트라우마인 '우타 거포 1루수' 해결책으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카드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LG에 몸담았던 페타지니 같은 선수가 이에 해당한다. 트레이드 역시 고려해봄직하다. 과연 LG는 내년 시즌 이 지긋지긋한 '1루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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