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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길었던 홍명보호의 '1년'..진퇴양난에 빠진 韓축구

짧지만 길었던 홍명보호의 '1년'..진퇴양난에 빠진 韓축구

발행 :

전상준 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 벨기에에 0-1 패배..조 최하위로 16강 진출 실패

벨기에에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OSEN
벨기에에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OSEN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약 1년이 흘렀다. 그간 홍명보 감독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최종행선지는 브라질월드컵이었다. 하지만 결국, 홍명보 감독은 마지막 언덕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5시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예선 최종 3차전에서 후반 32분 얀 베르통언에 결승골을 헌납하며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무 2패 조 최하위의 성적으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1년간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6월 25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됐다. 기대감은 컸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이라면 침체되던 한국 축구의 분위기를 반등시켜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가 선수시절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도 분명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해 7월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 감독으로서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참혹했다. 호주와 중국에는 0-0 무승부, 최종전 일본에는 1-2패배. 승리는 없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3경기에서 득점이 단 한골밖에 없다는 부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세 경기에서 조동건, 서동현, 김동섭, 김신욱 등을 번갈아 투입하며 최적의 원톱 찾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했다. 여전히 한국 축구에는 확실한 원톱이 없었다. 가장 기대를 모으던 김신욱도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아이티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둔 한국. /사진=OSEN
지난해 9월 아이티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둔 한국. /사진=OSEN


두 달 뒤, 홍명보 감독은 해외파를 대거 소집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비록 약체라고는 하나 아이티를 상대로 4-1 승리를 거두며 골 가뭄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2골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바로 이어진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서는 1-2로 패했지만 유럽강호를 상대로 결코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이후 홍명보 감독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높아졌다.


상승세는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브라질에 0-2로 패했지만 3일 뒤 치른 말리전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3-1 승리를 따냈다. 새로운 스타 발굴에도 성공했다. 일본 무대서 활약하던 무명의 김진수였다. 김진수는 자신의 우상인 브라질 수비수 다니 알베스를 상대로도 결코 뒤지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국민들은 김진수가 '제 2의 이영표'가 될 것으로 굳게 믿었다. 실제로 김진수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열린 스위스와의 평가전서도 김진수는 맹활약하며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어느덧 김진수는 홍명보호의 주전 풀백이 돼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점차 퍼즐이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상대해야하는 러시아에 1-2로 패했다. 지난 1월과 2월 열린 미국전지훈련 평가전서는 1승 2패 초라한 성적으로 귀국했다. 특히 멕시코에 당한 0-4 패배는 큰 충격으로 남았다. 3경기 동안 단 한골밖에 넣지 못한 공격진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더불어 국내파 위주로 꾸려진 대표팀을 향해 '역시 국내파는 안 돼'라는 부정적인 선입견까지 더해졌다.


지난 3월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국내파 공격수에 대한 신뢰를 잃은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논란에 중심에 서 있던 박주영을 전격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박주영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중요시한다는 홍명보 감독의 원칙과는 거리가 먼 자원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 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골 맛을 봤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을 향한 불신을 지워내기에는 부족했다.



지난해 3월 그리스전서 득점포를 가동한 박주영. /사진=OSEN
지난해 3월 그리스전서 득점포를 가동한 박주영. /사진=OSEN


홍명보 감독은 온갖 논란을 뒤로하고 결국 박주영을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시켰다. 최종명단은 대부분 해외파들로 꾸려졌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 대표 출신들이 대거 들어가 있었다. 반면 K리그에서 맹활약을 이어가던 이명주는 탈락의 쓴맛을 맛봤다. 자연스레 '엔트으리' 논란으로 한국은 떠들썩했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뚝심을 잃지 않고 소신껏 밀어붙였다.


홍명보 감독의 강단 있는 결단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한국은 월드컵 직전 열린 평가전서 튀니지와 가나에 연이어 패했다. 경기결과를 떠나 경기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때부터 이미 홍명보호의 비극은 예견됐다.



알제리에 2-4로 대패한 한국. /사진=OSEN
알제리에 2-4로 대패한 한국. /사진=OSEN


결국 월드컵 성적은 1무 2패. 1차전 러시아전서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기대감을 줬으나 알제리와 벨기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주영의 지속적인 선발 출전은 질타의 대상이 됐다. 박주영은 1,2차전에서 연이어 선발출전 했지만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또 벨기에와의 3차전은 결코 유럽파와 K리거들의 수준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기가 됐다. 벨기에전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건 몇 안 되는 K리거 중 2명인 김신욱과 김승규였다.


홍명보 감독의 계약기간은 아직 1년이 남았다. 감독직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여기에서 멈출지는 아직 모른다. 홍명보 감독도 벨기에전 직후 "감독직 사퇴에 대해선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 축구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홍명보 감독을 해임하면 한국 축구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감독교체가 또 반복되는 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코 한국에 이득이 되는 선택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부터 4년간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맡겠다고 나설 국내 감독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 어쩌면 한국은 또 다시 외국 감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나 한국 축구의 자립도를 떨어트리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실패로 한국은 큰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최종 결정은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측에서 내릴 일이다. 국민들과 언론의 역할은 그들이 최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비판 혹은 성원을 보내는 일 뿐이다. 귀국 후 홍명보 감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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