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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히어로즈의 ‘한국형’ 네이밍 라이트 문제점

[장윤호의 체인지업] 히어로즈의 ‘한국형’ 네이밍 라이트 문제점

발행 :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서울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사진=히어로즈 제공
서울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사진=히어로즈 제공


서울을 연고로 하는 야구단 ‘히어로즈(Heroes)를 경영하는 기업은 ㈜서울히어로즈(대표 이장석)로 2007년7월 설립됐다. ㈜서울히어로즈는 독특한 방식으로 메인 타이틀 스폰서를 확보해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를 판매했다. 야구단의 명칭에 메인 타이틀 스폰서를 붙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히어로즈는 처음에 우리담배의 스폰서를 받아 ’우리 히어로즈‘로 출발했고 그 다음에 넥센타이어가 후원하면서 ’넥센 히어로즈‘로 바뀌었다.


그런데 모순이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메이저리그(MLB), 미 프로풋볼(NFL) 미 프로농구(NBA) 등 세계의 프로리그 팀들을 살펴봐도 메인 타이틀 스폰서가 구단의 명칭이 된 사례를 찾아 보기 어렵다. 가령 한국의 삼성(SAMSUNG) 그룹이 EPL 첼시를 후원했을 때도 유니폼 가슴에 ‘SAMSUNG’을 크게 표기했을 뿐이다. 결코 ‘삼성 첼시’가 되지는 않았다.


반면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의 변경 때마다 구단 명칭 자체가 바뀌었다. 매우 특이한 경우로 ‘한국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히어로즈 시절 메인 스폰서 비용은 연간 70억원, 넥센 히어로즈는 50억~6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이름(name)’ 속에는 엄청난 가치, 즉 ‘큰 돈(big money)이 숨어 있다. 스폰서십(sponsorship)과 연계해 이름, 즉 ’명칭 권리(naming rights)를 판매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업가는 현재 미(美) 프로 축구단, LA 갤럭시의 구단주인 필립 안슐츠이다. LA 갤럭시는 데이비드 베컴이 몸담기도 했고 홍명보 전 한국국가대표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 후 마지막으로 뛰었던 팀이기도 하다.


미국의 개발업자로 억만장자가 된 필립 안슐츠는 2000년 로스앤젤레스(LA)를 상징하는 스포츠 경기장인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의 마케팅을 위해 ‘AEG’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AEG는 ‘안슐츠 컴퍼니’가 운영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엄청난 규모의 이벤트를 프로모션하고 경기장(Arena)관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NBA LA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홈 구장이 될 경기장 이름을 미 메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글로벌 사무용품 전문 기업인 ‘스테이플스(Staples)’로 해주는 조건으로 1000억원이 넘는 1억달러를 받아 내 네이밍 라이트 사업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AEG는 2008년 스폰서십과 네이밍 라이트 사업을 전담할 부문을 신설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미(美) 마이애미에 ‘아메리칸 에어라인즈 아레나(American Airlines Arena), 뉴욕 타임스퀘어에 ’베스트 바이 씨어터(Best Buy Theatre), 중국 베이징에 ‘마스터카드 센터(Master Card Center)’ 등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 경기장 공연장 시설 등에 이름을 붙이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전문 기업인 AEG도 특정 구단의 명칭을 판매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 박찬호가 뛰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홈구장인 펫코 파크(Petco Park)의 펫코는 애완용품 관련 기업으로 AEG가 네이밍 라이트를 팔아 줬다.


스포츠 경기장의 명칭을 상업적인 목적, 돈을 벌기 위해 판매하는 것에 대해 순수주의자들의 반발도 한 때 거셌다. 과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구장이었던 ‘캔들스틱 파크(Candlestick Park)’가 대표적인 예다. ‘촛대’를 의미하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캔들스틱 파크는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쓰리컴(3com) 회사에 연간 90만 달러(약 10억원)에 명칭이 판매돼 ‘쓰리콤 파크 앳 캔들스틱 포인트(3com Park at Candlestick Point)’로 불리었다. 2004년 9월에 다시 명칭이 판매됐다. 전기 관련 케이블 전문 기업인 ‘몬스터 케이블(Monster Cable)’이 네이밍 라이트를 확보해 ‘몬스터 파크(Monster Park)가 됐다.


그러자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에 위치한 ‘캔들스틱 파크’의 명칭이 더 이상 돈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2008년으로 몬스터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것에 맞춰 영원히 ‘캔들스틱 파크’로 남도록 법안을 개정했다.


캔들스틱 파크는 명칭 공모를 통해 1959년 3월 정해진 이름이다. 1958년 공사에 들어가 당시로는 최초의 현대식(modern) 구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60년 4월1일 개장했는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새 홈구장 첫 경기의 시구를 당시 리처드 닉슨 부통령이 했다.


이제는 스포츠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전통을 고집하거나 고수하는 것은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판다’는 기본에서 벗어나는 것이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는 새로운 구장을 건설하면서 구장 이름을 ‘시티 그룹(Citi Group)에 판매했는데 그 가격이 4억달러(약 4000억)였다. 뉴욕 메츠의 홈 구장은 ’시티 필드‘이다.


어쩌면 ㈜서울히어로즈가 구단 명칭까지 변경하는 메인스폰서 네이밍 라이트를 판매하는 것은 첨단 ‘한국형’ 스폰서십 기법일 수 있다. 그러나 구단 역사와 정체성에 있어 팬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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