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주 동안 치러지는 NFL 정규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각 컨퍼런스 별로 6개 팀씩 나서게 되는 플레이오프 진출 팀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정규시즌 MVP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에 의해 선정되는 MVP 투표는 1957년부터 시작됐다. 1997년과 2003년 공동 수상자가 나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모두 62명의 MVP가 배출됐다. 그 중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덴버 브롱코스에서 활약했던 페이튼 매닝이 가장 많은 5차례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포지션 별로는 단연 쿼터백의 수상이 41차례로 압도적이었다. 러닝백이 MVP가 된 것은 18차례이며 디펜시브엔드, 라인배커, 키커가 각각 1차례씩 뽑혔다. 반면 와이드리시버의 수상은 단 차례도 없어 대조를 보였다. 통산 2만2,895 리시빙 야드로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 있는 제리 라이스도 MVP 투표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역사상 처음 와이드리시버가 MVP를 따내는 신기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안토니오 브라운이 그 주인공으로 14주차까지 치른 현재 1,509야드를 기록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인 휴스턴 텍산스의 디안드레 홉킨스(1,233야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2014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최다 리비싱 야드 1위 등극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또한 터치다운도 9개를 따내며 리그 최정상급 와이드리시버임을 과시하고 있다.
1988년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브라운은 178 센티미터에 82 kg에 불과한 왜소한 체격을 지녔다. 풋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센트럴 미시건 대학을 나와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195번째로 지명돼 간신히 NFL에 입성했다.
처음에는 53명 로스터 진입도 쉽지 않았다. 스틸러스에는 하인즈 워드와 마이크 월러스 등 쟁쟁한 실력을 지닌 와이드리시버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팀 내 5번째 리시버로 펀트나 킥오프 리턴을 담당했다.
2010년 9월 19일 열린 테네시 타이탄스와의 NFL 데뷔전에서 브라운의 활약은 엄청났다. 첫 번째 킥오프 리턴 상황에서 단숨에 89야드를 내달려 터치다운을 따낸 것. 이날 3차례 리턴에서 무려 128야드를 기록해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점차 실력을 인정 받아 출전 시간이 늘어나자 브라운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2011년 시즌에는 NFL 역사상 처음으로 리시빙은 물론 리턴까지 1,000야드를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브라운의 존재감이 높아지자 스틸러스 구단은 2012년에 4년간 4,250만 달러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그 해 브라운은 13경기(10차례 선발)에 출전해 787야드, 5터치다운을 기록했다.
마이크 월러스가 마이애미 돌핀스로 떠난 2013년부터 확고한 주전 리시버로 자리잡은 브라운은 1,499야드와 8개의 터치다운으로 AP가 선정하는 올프로팀으로 뽑히는 쾌거를 이뤄냈다.
브라운이 리그 최고의 리시버 반열에 오른 것은 2014년 시즌부터. 리셉션(129), 리시빙야드(1,698)에서 1위를 차지했고, 터치다운도 13개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그의 거침없는 질주는 2015년에도 이어졌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6번 패스를 받아 무려 1,834야드에 10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1,284야드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4년 연속 1,000야드 이상을 따내는 꾸준함을 과시했다. 터치다운은 12개로 2013년에 세운 자신의 최다 터치다운에 1개가 부족했다.
아직 3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올 시즌 브라운의 활약은 MVP를 수상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99번 패스를 받아 5년 연속 100개 이상의 리셉션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1,509야드를 기록해 자신의 종전 기록인 2015년의 1,834야드를 추월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터치다운도 1개만 추가하면 4년 연속 두 자리 수 달성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또 한가지 브라운을 돋보이게 하는 기록은 패스를 잡아 평균 15.2야드를 전진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이처럼 브라운이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 러닝백 르비온 벨과 함께 ‘킬러 B’의 핵심 멤버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스틸러스는 11승2패로 AFC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또 한가지 브라운의 MVP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들의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쿼터백 카슨 웬츠는 최근 LA 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톰 브래디는 40세의 노장임에도 3,862 패싱야드를 기록해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14주차 경기 마이애미 돌핀스전에서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평균보다 훨씬 낮은 55.8%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터치다운 1개를 잡았지만 인터셉션을 두 개나 당했다. 특히 11차례 시도한 서드다운을 단 한번도 퍼스트다운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시애틀 시혹스의 쿼터백 러셀 윌슨도 잭슨빌 재규어스와의 경기에서 인터셉션을 3개나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윌슨은 29개의 터치다운으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낮은 패스 성공률(61.9%)과 11개의 인터셉션을 당해 MVP 레이스에서 점차 뒤처지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열린 라이벌 볼티모어 레이븐스와의 대결은 브라운이 강력한 MVP 후보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11번 패스를 받아 올 시즌 처음 200야드를 돌파하며 스틸러스가 39-38로 역전승을 거두는데 일등 공신이 된 것. 또한 올 시즌 최장인 57야드짜리 캐치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과연 브라운은 쿼터백과 러닝백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정규시즌 MVP를 와이드리시버로서 차지하는 새 역사를 이룰 수 있을까. 오는 18일 AFC 승률 1위를 놓고 경합을 펼치고 있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홈 경기가 MVP의 향배가 갈리는 일전이 될 수 있다. 만약 경쟁자인 브래디를 능가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끈다면 브라운의 MVP 등극은 점점 설득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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