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서 2관왕에 올랐지만, 쑨양(28·중국)은 환하게 웃지 못했다. 금메달을 따낼 때마다 발생한 시상대 '보이콧' 사태 때문이었다. 쑨양은 특히 400m 자유형 종목에서 4연패를 이뤄낸 직후 눈물까지 흘렸지만 레이스를 함께 펼쳤던 선수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쑨양은 현재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수영대회의 최고 이슈로 떠올랐다. 다만, 좋은 쪽의 관심이 아니다.
쑨양은 지난 21일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며 이 종목 최초의 4연패를 달성했지만, '2위' 맥 호튼(23·호주)은 함께 시상대에 서길 거부했다. 경기 직후 쑨양은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허사였다.
이틀 뒤인 23일에도 비슷한 일이 재현됐다. 쑨양은 자유형 200m 결승서 1분44초93으로 2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으나 가장 빨랐던 다나스 랩시스(24·리투아니아)가 부정 출발로 실격 판정을 받아 대회 2관왕이 됐다. 그러나 동메달을 차지한 던컨 스캇(22·영국)은 호튼과 마찬가지로 시상대에 오르지 않았다.
또다시 굴욕은 맛본 쑨양은 격분했다. 스캇에게 "넌 패자(Loser)고, 나는 승자(Winner)"라고 소리쳤지만, 스캇은 쑨양을 가볍게 무시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호튼을 비롯해 스캇, 쑨양에게 모두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엄중 경고 조치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모두가 쑨양 편에 서지 않았다. 선수촌 내 식당에서 호튼을 향한 박수갈채가 있었고, 다수의 외신들은 "FINA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쑨양의 반대편에 있다"고 꼬집었고, 호주 기자들 역시 "FINA는 왜 쑨양만 감싸는지 모르겠다"는 혼잣말까지 했다. 영국 BBC는 쑨양이 스캇에게 고함치는 장면을 두고 "추하다"고 했다.
결국 모든 것은 쑨양의 자업자득이다. 지난 2014년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였던 쑨양은 지난해 9월에도 경기 외 도핑테스트를 거부했고, 혈액 샘플이 담긴 유리병을 망치로 훼손하기도 했다.
이에 FINA가 쑨양에게 경고 조치했지만,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CAS의 판결이 늦어져 쑨양은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있었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쑨양 역시 여론을 잘 알고 있었다. 중국 기자가 아닌 외국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거절했고, 중국어로만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쑨양이 직접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오는 9월 열리는 재판을 통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팬들과 중국 언론들만이 쑨양을 지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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