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가기 전 약속했다. 다시 오겠다고.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다. 울산 현대 외에 다른 팀은 생각해본 적 없다.”
대한민국 No.1 수문장 김승규(28, 울산) 얼굴에서는 설렘과 비장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울산은 26일 김승규의 합류를 알렸다. 2016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호랑이굴로 돌아왔다. 지난 24일 메디컬테스를 마친 김승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26일 오후 4시경 개인 짐을 한가득 싣고 울산클럽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무국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배정 받은 방을 확인했다. 모든 게 익숙했다. 마치 계속 생활했던 선수처럼.
모처럼 취재진과 마주한 그는“내 집처럼 편하다. 어제도 여기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운동을 안 해 실감이 안 난다”고 웃었다.
의리를 지켰다. 다른 구단의 영입 제안을 마다하고 친정을 택했다. 누구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좋은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본인이 확고했다. 가슴 속에 울산을 간직하고 있었다.
김승규는“일본으로 떠나기 전부터 울산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기 전에 팬들과 한 약속이었다. 다른 팀이 제시한 조건을 놓고 비교하지 않았다. 생각조차 안 해봤다. 결정에 큰 어려움 없었다”고 털어놨다.

3년 6개월이라는 시간. 김승규가 떠난 뒤 울산은 많은 게 달라졌다. 수장은 김도훈 감독으로, 코칭스태프도 바뀌었다. 선수 구성에도 큰 변화 있었다. 2017년 사상 첫 FA컵 정상에 올랐고, 리그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머무르며 순항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나섰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전북 현대와 2강을 형성하며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컵을 노린다. 그 마지막 퍼즐이 김승규다.
그는“빗셀 고베로 가서도 울산 경기를 챙겨봤다. 친한 형들과 꾸준히 연락했다. 울산의 축구 스타일을 잘 안다. 김도훈 감독님은 빌드업을 강조하신다. 하고 싶은 축구였다. 기대된다”면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다. 예전에는 마냥 편했다면 지금은 더 책임감이 든다. 많이 달라졌다. 솔직히 편하면서도 설레고, 긴장도 된다”며 하루빨리 골문을 지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다고 밝혔다.
김승규는 누구보다 울산에 대한 애착이 크다. 단순히 유스 출신이라서가 아니다. 현재 본인을 있게 해준데 대한 고마움이 있다. 구단 역시 꾸준히 관심 갖고 지켜봤다. 휴식기에 늘 울산을 찾아 몸을 만들었다. 이때 구단도 배려했다.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지냈다. 사무국 직원 중 일부도 안부를 묻고 힘을 실어줬다. 이런 끌림이 김승규의 마음을 움직였다.
본인 역시“(이)근호, (박)주호 형, 친구인 (정)동호와 수시로 연락했다. 서로 근황도 전하면서 격려도 해줬다. 잠시 떠나 있었을 때 울산에 와서 구단 덕에 운동하면서 잘 지낼 수 있었다. 올 1월 아시안컵 가기 전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승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경험했고 2019 아시안컵에서도 주전으로 골문을 지켰다. 대표팀 소속팀에서 꾸준했다. J리그에서 세 시즌 동안 30경기 이상 출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화’를 선언한 고베의 무리한 외국인 선수 영입 추진으로 김승규는 희생양이 됐다. 악조건 속에 끝까지 한국 출신 골키퍼의 우수성을 증명했고, 본인에게 소중한 경험이 됐다. 사실, 그의 일본 생활은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고베로 이적했을 때 기존 울산의 축구 스타일과 많이 달랐다.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솔직히 문화적 축구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큰 차이가 없다. 굳이 꼽자면 K리그에는 한국 지도자가 많은데, J리그에는 지도자들의 국적이 다양하다. 나라별 축구색을 입히려 한다. 자연스레 각 팀마다 축구 스타일에서 차이가 난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가 못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프로니까 늘 준비돼있어야 한다. 출전 유무를 떠나 열심히 한다. 전부 경험이 많고 좋은 선수들이다. 내가 더 잘했으면 뺄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줄어든 출전 시간을 팀이 아닌 본인 탓으로 돌렸다.
이어 김승규는 J리그에 한국 골키퍼 열풍(가와사키 프론탈레 정성룡, 세레소 오사카 김진현 등)이 부는 것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앞서 말씀드렸듯 팀마다 스타일이 있다. 내가 처음 갔을 때보다 일본도 좋은 골키퍼가 많이 나오고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골키퍼의 실력 차보다 팀 색에 맞는 선수가 각광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고베가 지금도 관심을 끄는 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비야 등 걸출한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김승규는 슈퍼스타들과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었다. 그러나 딱히 없었다. 김승규는“그 선수들과 훈련, 경기만 함께 한다. 일본은 합숙을 안 한다. 때문에 사적으로 부딪히거나 만날 상황이 없었다. 확실히 능력은 좋더라”고 떠올렸다.

이제 김승규는 가슴에 호랑이 엠블럼을 달고 다시 뛴다. 30일에 있을 FC서울전에서 주전 장갑을 낄 확률이 크다. 3일 남았다. 울산은 전북과 승점 48점으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승점 42점으로 3위인 서울이 뒤쫓고 있다. 이 경기를 잡아야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김승규는 복귀전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
“첫 경기부터 강팀이다. 개인적으로 준비 시간도 짧고 적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겨내야 하고 자신감을 갖고 임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첫 경기부터 잘하면 빨리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후반기를 시작하는데 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김승규는 팬들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14년 우승 한을 반드시 풀겠다고.“우리 울산은 전북과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선수 구성은 뒤처지지 않는다. 잠시 떠나기 전 우승못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형들, 동료들이 잘해왔다. 내가 들어가서 좋은 경기력과 결과까지 얻으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느낌이 좋다. 팬들에게 우승컵을 안겨드리고 싶다.”

사진=스포탈코리아, 빗셀고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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