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러 스포츠는 대중들에게 생소한 종목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거리를 활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1980년대에는 롤러장이라는 인기 아이템도 있었다. 흔히들 바퀴 총 4개, 2열로 늘어선 형태의 신발을 신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피드가 떨어지는 탓에 2열로 늘어선 형태의 신발은 점점 줄게 됐다. 대신 바퀴가 일자로 달린 것이 특징인 인라인 스케이팅이 스피드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인라인 스케이팅의 경우 최대 시속 50~60km까지 달릴 수 있다.
한국은 인라인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강팀으로 분류된다. 아시아 내에서는 중국, 대만과 함께 빅3로 꼽히며, 유럽, 미국, 콜롬비아 등 인라인 스케이팅 강국들과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서 인라인 스피드 스케이팅은 아직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게임 정식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한국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 제외·포인트, 다양한 경기 방식
인라인 스피드 스케이팅은 트랙 거리를 통해 크게 단거리, 장거리 종목으로 나뉠 수 있다. 짧게는 300m에서 길게는 1만 5000m까지 있다. 계주의 경우 팀원 3명 이상이 3000m를 나눠 책임지며, 마라톤의 경우 육상처럼 무려 42.195km를 달려야 한다.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다양하다. 물론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을 따져 순위를 정하거나(타임 트라이얼), 한 번에 여러 경쟁자가 동시에 출발해 골인 지점을 들어온 순서대로 등수를 정하기도 한다(스프린트). 하지만 제외경기, 포인트경기, 제외+포인트경기는 다른 방식이다.
제외경기의 경우 심판이 종을 치면 그 다음 바퀴에서 가장 늦게 들어오는 선수가 제외된다. 마지막 4명이 남게 되면 제외되는 선수가 없고, 이 때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다. 포인트경기는 매 바퀴 성적대로 포인트를 부여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은 선수가 1위에 오른다.
제외+포인트경기는 두 방식이 합쳐진 종목이다. 출발 후 7바퀴까지는 제외나 포인트가 없지만, 그 이후부터 종을 쳐서 포인트를 주고, 그 다음 바퀴에는 선수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치른다. 제외를 당하지 않으면서, 포인트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가 우승하게 된다.
제외경기는 영어 알파벳 E, 포인트경기는 P, 제외+포인트경기는 EP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스피드E+P1만m라고 표시됐을 경우 스피드 종목에, 1만m를 달리는 제외+포인트 경기라는 뜻이다.
트랙에 따라 종목이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 트랙뿐 아니라 아스팔트 도로 같은 곳에서도 경기를 한다. 이를 로드 트랙이라고 부른다. 국제대회에서도 일반 트랙과 로드 트랙으로 나뉘어 대회를 치른다.

◇ 매서운 한국 인라인의 위력
한국의 롤러스케이팅 역사는 꽤 깊은 편이다. 1977~1979년 캐나다 몬트리올 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국제롤러스케이팅연맹 가입 승인을 받았고, 1985년도 강원도 전국체육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국내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1999년 인천 전국체육대회부터는 선수들의 장비가 전통 롤러스케이트(바퀴 4개)에서 지금의 인라인 스케이트로 바뀌었다.
한국의 국제대회 첫 금메달은 세계 대회 참가 16년 만인 2001년 프랑스 바렌스아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왔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인라인 요정' 궉채이(33)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03년에는 '인라인 전설' 우효숙(34)이 한국 선수 최초로 시니어 무대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우효숙은 2007년 2관왕, 2008년 3관왕, 2009년 2관왕, 2011년 4관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무대를 휩쓸며 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국제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국가대표 선발전은 보통 5월에 열린다. 국내랭킹을 통해 선발전에 나설 수 있는 후보를 가린 뒤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를 뽑는다. 대한롤러스포츠연맹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국가대표가 선발전을 마치고 나면 국제대회 한 달 정도를 앞두고 합숙훈련에 돌입한다. 여수 등 국내에서 훈련을 소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단거리 종목에서 신소영(28·대구시청), 장거리 종목에서 유가람(25·안양시청) 등이 한국 인라인을 이끌고 있다. 신소영은 지난 2015년 대만에서 열린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시니어 여자 T(타임트라이얼)300m 세계 신기록(25초 702)를 세우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유가람도 같은 대회 로드 트랙 P1만m에서 금메달 영광을 안았다.

피지컬, 파워 등 신체 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한국 선수들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그 이유에 대해 유가람은 "한국 선수들의 최대 강점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라며 "한국 선수들의 경우 코너를 도는 능력이 좋은 것 같다. 다른 국가 선수들과 비교해 부드럽게 돈다"고 설명했다.
인라인 스케이팅은 엘리트 스포츠보다는 레저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동호회를 통해 많은 일반인들이 즐기고 있는 스포츠다. 연맹 관계자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많은 분들이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겨 하신다"고 말했다. 유가람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면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또 빠른 스피드를 통해 짜릿함을 느낀다"며 인라인 스케이팅의 매력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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