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경기 정도는 지켜보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개막전을 앞두고 했던 말이다. 선수들에게 자신의 색을 입히기 보다는 선수들이 어떤 색인지 보겠다는 뜻이다.
허문회 감독은 6일, 승부의 갈림길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1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타 대신 '0할 타자' 정보근을 그대로 내보냈다. 정보근은 달콤한 타점으로 보답했다. 쐐기점을 얻은 롯데는 9-4로 승리, 개막 2연승을 달렸다.
앞서 허 감독은 5일 "30경기 정도는 퍼즐을 맞추는 기간"이라 말했다. 선수들이 실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먼저 파악하고 자신의 용병술은 그 다음이라는 이야기다.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 색깔을 강요하면 오히려 우왕좌왕할 수 있다. 내가 선수들 색을 알아야 거기에 맞춰 기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도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에 나가면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적응하는 과정이다. 그게 30경기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즉, 시즌 초반에는 벤치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선수들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허 감독은 박빙의 승부처에서도 이 말을 지켰다.
6-0으로 여유롭게 앞서가던 롯데는 6회와 7회 연속 실점했다. 순식간에 3점차로 좁혀졌다. 도망가야 했다. 마침 8회초 찬스가 왔다. 1사 후 마차도가 볼넷 출루했다. 한동희가 우전안타로 주자를 쌓았다.
정보근 타석이었다. 프로 3년차 정보근은 통산 안타가 4개 뿐이다. 이번 시즌도 이날 경기 3번째 타석까지 포함, 7타석 무안타다. 발군의 수비 실력을 인정 받아 주전 마스크를 썼으나 방망이는 물음표였다. 6-3으로 추격당한 8회초 1사 1, 3루에 0할 타자 타석, 대타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그러나 허문회 감독은 지켜봤다. 정보근은 그 믿음에 부응하듯 KT의 베테랑 구원투수 전유수를 상대로 침착하게 승부했다.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다. 끝내 6구째를 간결하게 밀어 우측 외야로 보냈다. 3루 주자 마차도가 태그업하기 충분한 타구였다.
경기 후 허문회 감독은 "팀의 미래인 정보근이 선발투수 서준원과 멋진 호흡을 보여줬다. 데뷔 첫 타점도 앞으로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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