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33)의 강스파이크가 상대 코트에 내리 찍히는 순간 흥국생명의 모든 선수들은 코트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흥국생명은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서 세트스코어 3-1의 승리를 거두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최근만 해도 팀 내 선수간 불화에 이재영-이다영(이상 25)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까지 나오며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주전 2명이 빠진 상황이라 경기력은 바닥을 쳤고, 3연속 0-3 셧아웃 패배까지 당했다. 그래서 이번 인삼공사전 역시 패배할 것이라는 시선이 더 많았다.
반전이었다. 외국인 선수 브루나가 30점을 올렸고, 김연경도 24점을 책임지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어느 때보다 간절한 1승이었다. 경기장 곳곳에서 분위기가 감지됐다. 취재진 근처에 있던 흥국생명 관계자들은 한 점 한 점 점수가 날 때마다 "때려", "블로킹", "막아" 등을 큰 목소리로 응원을 했다. 랠리가 이어질 땐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했다.
웜업존도 한층 시끄러워졌다. 득점이 올라갈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벤치도 마찬가지. 박미희 감독은 더 힘찬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고, 코칭 스태프는 득점이 나올 때마다 만세 등 큰 제스처를 보였다.
4세트 24-22에서 김연경의 스파이크가 코트에 꽂히는 순간. 모든 선수들은 코트로 쏟아져 나와 서로를 얼싸안았다. 승리 때마다 하는 세리머니였으나 이날만큼은 더욱 감격적으로 다가왔다. 방송 중계 화면에 비친 박미희 감독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보였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경기 후 눈물을 훔치셨다"고 귀띔했다.
그 감정은 인터뷰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박미희 감독은 "오늘은 정말 감동적인 것 같다. 스포츠 정신을 우리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면서 "감독으로 7년째지만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우승했을 때와 오늘 승리를 비교해달라고 하자 박미희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오늘이 더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컥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사실 그동안 너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은 남아있는 0.1%까지 힘을 다 쏟은 것 같다"고 선수들의 투혼에 고마움을 전했다.
김연경 역시 "올 시즌 들어서 제일 감동적인 승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