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스포츠 캐스터 빈 스컬리(95)는 2013년 LA 다저스에 혜성처럼 등장한 24세의 쿠바 신인에게 야생마(Wild Horse)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89세의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67년간 다저스 한 팀에서만 마이크를 잡았던 스컬리에게도 상대의 견제에 아랑곳 않고 2루까지 질주하는 신인은 꽤 신선했다.
그러나 신인의 거침없는 질주는 베이스가 아닌 마운드와 경기장 밖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야생마보다 악동이라 불리게 된 쿠바 신인은 그로부터 7년 뒤 메이저리그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자취를 감춘 지 약 3년 만인 2022년 2월 10일, 야시엘 푸이그(32)가 이역만리 한국 전라남도 고흥군 거금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푸이그는 지난 3일 한국에 입국해 7일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가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격리 기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많이 힘들었다"면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허언이 아니었다. 자가격리를 마치고 온 첫 날인 만큼 푸이그는 선수단과 인사만 하고 숙소에 돌아가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방송 인터뷰를 끝낸 뒤 곧장 동료들에게 합류해 배팅 훈련에 외야 훈련까지 소화했다. 메이저리그의 최고급 훈련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아쉬울 거금야구장의 환경도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훈련을 소화한 푸이그는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재밌는 장난도 치고 즐거웠다"고 웃어 보이면서 "거금야구장이 특별히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쿠바에서 20년 넘게 야구를 했는데 그때는 더 안 좋았다. 선수는 그저 스케줄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흔히 푸이그하면 야구팬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악동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는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고, 걸핏하면 상대팀과 충돌해 팀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 때문에 분명 KBO리그를 압도할 수 있을 기량에도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의 악동'이 아닌 스컬리가 극찬한 9년 전 야생마의 모습과 더 닮아 있었다. 더 정확히는 야구에 굶주린 야생마였다. 그는 KBO리그에서 있을지 모를 빈볼 시비에 어떻게 대처하겠냐는 물음에 "뭐? 아무 것도 안 할 것(What? Nothing)"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뒤 "그저 1루로 나가 2루 도루를 노릴 뿐"이라고 답했다.
우려했던 거만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더 낮췄다. 그에게 기대되는 홈런 후 화려한 배트플립도 현시점에서는 다음의 일이었다. 푸이그는 "KBO리그에서는 나도 신인"이라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나도 어떤 행동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배트 플립은 볼을 맞춘 뒤 나오는 것인데 일단 맞추고 생각하겠다"면서 겸손함을 보였다.
2019년 이후 윈터리그 등지를 떠돌며 메이저리그 같은 높은 레벨에서 야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답했다. 푸이그는 "연습밖에 답이 없다. KBO리그 개막까지 두 달이 남았는데 훈련량을 늘려 몸 상태를 끌어올릴 것이다. 시즌 초반에는 고전할 수도 있지만, 시즌이 긴 만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푸이그는 현존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에서 6시즌간 활약했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다. 우승에 대한 갈망과 높은 수준의 야구에 대한 욕심이 그를 한국 땅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한국 팬들의 뜨거운 관심은 더욱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이제 막 격리에서 나와 팬들과 실제로 마주하지 못했으나, 계약 후 그의 SNS에는 수많은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푸이그는 "격리 중이라 (팬들의 관심을) 느낄 기회는 특별히 없었다. 하지만 입국 당시 공항에 새벽 5시에도 많은 기자가 왔고, 여기(거금야구장)도 마찬가지로 많이 왔다. 또 SNS에서 팬들에게 많은 격려를 받아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달라진 푸이그를 기대해주길 바랐다. 그는 "과거 일들은 잊고, 앞으로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달라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고 야구로나 인성적으로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나뿐 아니라 우리 팀을 많이 격려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이 (좋은 성적의)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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