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고교 포수가 수준급 서클체인지업이라니... "강원도를 수없이 오고갔다"

고교 포수가 수준급 서클체인지업이라니... "강원도를 수없이 오고갔다"

발행 :

김동윤 기자
원주고 김건희가 고척 스카이돔을 방문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원주고 김건희가 고척 스카이돔을 방문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김건희(18·원주고)를 지명하는 과정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꾸준한 시도를 했기에 생긴 우연이었고, 키움은 그 우연을 차곡차곡 쌓아 필연으로 만들었다.


우연의 시작은 지난 5월 김건희가 연습 경기 도중 수비 과정에서 왼쪽 손가락 인대를 다쳐 수술한 일이었다. 당시 김건희는 중요한 시기에 다쳐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배팅볼 투수를 자청했다. 북일고 시절(2학년 말 전학)에는 포수에만 집중했지만, 원래 타고난 어깨로 온양중 시절부터 투수와 포수 모두에서 재능을 보였던 선수.


김덕윤(40) 원주고 감독은 배팅볼을 던지는 김건희에게서 투수로서 가능성을 봤다. 어깨가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포수와 투수는 던지는 메커니즘이 달라 생각은 안 하고 있던 터였다. 김 감독은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김)건희가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포수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투수로서 제안을 했고, 건희도 부상에서 회복하는 동안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는 포지션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맞아떨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 번째 우연은 고형욱(51) 키움 단장이 우연히 들렀던 속초 경기에서 김건희가 투수로서 고등학교 첫 등판을 한 것이었다. 고 단장은 "포수가 투수보다 더 안정된 메커니즘으로 시속 148㎞의 공을 던졌다. 힘도 잘 실을 줄 알고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고 강렬했던 첫인상을 전했다.


김건희(왼쪽)와 김덕윤 원주고 감독./사진=김덕윤 감독 제공
김건희(왼쪽)와 김덕윤 원주고 감독./사진=김덕윤 감독 제공

마지막 우연은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이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들린 원주고와 충암고의 연습 경기였다. 이때까지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는 선수로서 알려졌으나, 이 팀장은 이곳에서 수준급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는 김건희를 봤다. 그때부터였다. 이 팀장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곧장 원주로 향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이 팀장은 "김건희를 보기 위해 수없이 강원도 원주를 오고 갔다. 야생적인 면이 있는 선수다. 가르쳐서 습득하는 것이 있고 본능적으로 체득하는 것이 있는데 김건희는 후자다. 우리끼리는 농담 삼아 장군이라고 불렀다"고 웃으면서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않던 선수가 투수만 했던 선수보다 서클체인지업을 더 잘 던졌다. (다른 경기에서) 타 구단 스카우트도 놀랄 정도였다. 배운지 얼마 안 돼 이 정도면 그동안 없었던 유형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 재능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키 185㎝, 몸무게 87㎏의 김건희는 포수로서 2루 팝 타임(Pop time, 포수가 투수로부터 공을 받은 뒤 곧장 2루로 던졌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81초, 최고 1.76초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어깨가 매력적인 선수다. 김 감독은 "포수 김건희는 상황을 이해하고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쉽게 설명하면 야구 경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본다면 그 안에는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의 맥을 짚어내는 능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물론 블로킹, 프레이밍 등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 모두 김건희라면 금방 아쉬운 점을 지워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나온 특유의 습득력 덕분이다. 김 감독은 "구종을 가르쳐줄 때도 그렇고 어떤 부분에 대해 요령을 알려주면 금방 해낸다. 그만큼 감각이나 이해하는 능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이 팀장은 "포수로서는 지금도 괜찮다. 타격에서도 현재는 그립 파워로만 타구를 생산하는 선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통해) 하체 밸런스를 잡게 되면 크게 문제 될 것 없다. 슬러거가 될 수 있는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원주고 김건희./사진=김건희 본인 제공
원주고 김건희./사진=김건희 본인 제공

투수 김건희는 최고 시속 151㎞의 직구, 최고 140㎞의 슬라이더, 커브, 서클체인지업을 던질 줄 아는 선수다. 3년 만의 등판임에도 올해 9경기 평균자책점 1.29로 준수한 성과를 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김건희는 지금 던져도 150㎞는 나온다. 본격적으로 하면 그 이상의 구속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슬라이더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 감독은 "투수로서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 프로 선수들도 위기 상황에서 과감하게 하는 선수들이 별로 없다. 그런데 건희는 위기 상황에서도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마인드, 어깨와 손 감각도 가지고 있다"고 장점을 추가했다.


이러한 재능 덕분에 김건희는 드래프트 당일 KBO리그의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될 수 있는 선수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투·타 겸업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던 이 팀장은 "김건희가 그런 재능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일부 팬들은 포수와 투수를 겸업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우리는 선수가 다른 재능 두 가지를 가졌다면 그 재능을 잠깐의 이벤트성이 아닌 선수 생활을 길게 하면서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원한다"고 바로잡았다.


고 단장 역시 "올해부터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려 하는데 그 시작점이 김건희다. 김건희를 포수 한 포지션에만 국한하지 않고 1루, 3루, 외야 등 다양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투·타 겸업할 때 포수 포지션은 생각하지 않았다.


KBO리그에는 김성한(64)이란 걸출한 투·타 겸업 선수가 있었다. 프로 원년이던 1982년, 투수로서 26경기 10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 2.88, 타자로서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을 올렸다.하지만 1985시즌을 끝으로 완전히 타자로 전향해 KBO리그의 투·타 겸업 명맥은 끊겼다. 김건희는 투·타 겸업 도전에 "기회를 주신다면 둘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의지를 보였다.


37년 만에 나온 재능은 어떤 선수로 성장할까. 김 감독은 "(김)건희는 그리는 대로 그려지는 선수라고 표현하고 싶다. 프로에서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더 성장할 수 있다. 키움은 그럴 준비가 돼 있는 팀이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주요 기사

스포츠-야구의 인기 급상승 뉴스

스포츠-야구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