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국가대표팀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일까, 아니면 특정 선수를 겨냥한 저격성 발언일까.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표팀에 대해 어떤 선수는 간절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좀 있는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작심발언에 나섰다.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이라크·쿠웨이트전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장에서다. 대표팀 선수 선발, 향후 운영 계획 등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선수단 내부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명단에 일부 유럽파가 제외되고 K리거들이 합류한 가운데, 승점 1만 더하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상황과 맞물려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지적에 "유럽파가 빠지고 K리그 선수들이 들어간 건 힘을 빼기 위한 건 아니"라면서 "한 달 동안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가 중요한 경기에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명단에는 지난 3월 대표팀에 합류했던 배준호(스토크 시티) 엄지성(스완지 시티) 양민혁(퀸스파크레인저스) 등이 실전 감각 문제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부상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홍 감독은 "요즘 우리 선수들은 굉장히 좋은 능력과 재능들을 가지고 있다. 그 재능들이 유럽에 스카우트되고, 축구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히 좋은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저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팀 스포츠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제 입에서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우선순위로 두고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표팀은 더 성장하고 더 높게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재능이라는 것에 모든 것이 덮여 '팀 스포츠'의 중요한 부분까지 덮어씌우면, 그저 재능만 가지고 응집력이 없는 팀이 되고 서로 신뢰하지 않는 팀이 되면, 과연 (대표팀이) 올라갈 수 있겠는가. 저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국가대표 선수로서 사명감이 필요하다. 애국심을 얘기하고 싶진 않다. 다만 지금 있는 위치에서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 뽑혔을 때의 마음가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어 "선수들과 이야기하다 보니까, 대표팀에 대해서 어떤 선수는 간절하지만 그렇지(간절하지) 않은 경우도 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그런 부분들을 강화시켜서, 지금 있는 재능들을 팀 스포츠로 엮어서 강한 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 있는 선수도 여러 명 있지만, 얼마나 강한 팀이 되느냐는 다른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취재진에게 "그 부분에 대해 질문해 줘서 고맙다"고 할 만큼 그간 고민이 깊었던 지점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표팀이 간절하지 않아 보이는 선수가 있다'는 표현이나 대표팀 응집력, 신뢰 문제 등을 언급하며 '팀 스포츠'를 강조한 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목들이다. 단순히 대표팀 전체에 국가대표 선수로서 사명감을 강조하는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자칫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간절함을 이유로 제외시켰거나 혹은 잡음 끝에 발탁된 특정 선수를 이른바 '저격'한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결국 재능 있는 선수들을 이끌어 응집력 있는 팀으로 만들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건 사령탑인 자신의 몫이라고 돌렸다. 그는 "부임 후 1년 동안 경험하면서 느낀 점이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잘 만들어가야 우리 대표팀이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다. 저에게는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
한편 홍명보호는 내달 2일 소집돼 출국길에 오른 뒤 5일 오전 3시 15분(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에서 이라크와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을 치른다. 이어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3차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승점 16(4승 4무)으로 B조 선두에 올라 있는 한국은 이번 2연전에서 승점 1만 더해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9·10차전 대표팀 명단(26명)
▶ 골키퍼 : 조현우(울산 HD) 김동헌(김천 상무)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
▶ 수비수 : 김주성, 최준(이상 FC서울) 박승욱, 조현택(이상 김천) 조유민(샤르자) 권경원(코르파칸·이상 UAE) 이한범(미트윌란·덴마크)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 이태석(포항 스틸러스)
▶ 미드필더 : 박진섭, 김진규, 전진우(이상 전북 현대) 박용우(알아인) 원두재(코르파칸·이상 UAE) 황인범(페예노르트·네덜란드) 이재성(마인츠·독일) 황희찬(울버햄튼·잉글랜드) 문선민(서울) 양현준(셀틱·스코틀랜드) 이강인(파리생제르맹·프랑스) 손흥민(토트넘·잉글랜드)
▶ 공격수 : 오현규(헹크·벨기에)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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