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도왔다. 경우의 수가 깔린 가운데 한국이 기적 같은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이 7월 16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대만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날 결과로 한국은 동아시안컵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대회 이후 역대 두 번째 우승이다.
국내서 열린 동아시안컵 정상에 선 한국은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들며 환호했다. 신상우(49) 여자대표팀 감독은 대회 전 "국내서 열리는 만큼 우승을 차지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한국은 1승 2무(3골 3실점) 승점 5로 일본과 중국을 다득점으로 제치고 1위를 탈환,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했다. 대만은 3전 전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극적인 우승이다. 일본과 중국은 이날 오후 4시에 열린 경기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각각 1승 2무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이 대만을 꺾으면서 승점 5점(1승 2무)을 기록해 승자승 및 다득점에서 일본(1골)과 중국(2골)을 제치고 1위에 복귀했다.
이번 대회 규정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 3개국 간 맞대결에서 다득점(3골)에 앞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앞선 두 경기에서 한국은 중국(2-2), 일본(1-1)과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승리를 위해 포백 대신 공격적인 스리백을 가동했다. 중앙 수비에는 고유진(인천현대제철), 김미연(서울시청), 김혜리(우한 징다)를 기용하고, 양 측면 수비엔 장슬기와 추효주(인천)가 나섰다. 중원은 이금민(버밍엄 시티), 지소연(시애틀 레인), 정민영(서울시청)이 장악했고, 투톱엔 케이시 페어 유진(앤젤 시티)과 정다빈(세종고려대)이 출격했다. 골문은 김민정(인천)이 지켰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국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대만은 수비 숫자를 늘려 공세를 막아냈다. 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정다빈의 다이빙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이후 한국은 내려선 대만의 수비벽을 뚫느라 고전했고, 36분 장슬기의 왼발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중반부터 대만도 라인을 끌어올리며 역습을 노렸으나, 팽팽한 중원 싸움 끝에 전반전은 0-0으로 종료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케이시 유진과 추효주를 빼고 문은주(화천KSPO), 강채림(수원FC위민)을 투입했다. 후반 1분 정다빈의 왼발 슈팅이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나자 얼굴을 감싸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8분 강채림의 발리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걸리고 크로스바를 넘어갔고, 9분 정다빈의 헤더도 골키퍼 품에 안겼다. 신상우 감독은 11분 정다빈 대신 김민지(서울시청)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13분 한국이 결정적 기회를 만들었다. 강채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파울을 유도했고, 키커로 나선 지소연이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왼쪽 하단으로 꽂아 넣으며 마침내 선제골을 뽑아냈다. 득점 직후 한국은 이금민을 빼고 김신지(AS로마)를 투입했다.
급할 것이 없었던 한국은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했다. 한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상대의 슈팅이 골문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쐐기골까지 작렬했다. 40분 장슬기가 문전으로 침투하며 왼발 슈팅으로 감각적으로 돌려놓은 공이 골문 상단에 꽂혔다. 대만 수비는 순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아 뛰는 장슬기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쳤다.
두 골 리드를 잡고도 방심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은 7분이 주어졌다. 신상우 감독은 지소연을 불러들이고 이민화를 마지막 교체 카드로 쓰며 승기 굳히기에 돌입했다. 한국은 경기 종료까지 두 골 차를 유지하며 대만을 상대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수원의 기적이다. 하루 사이에 순위가 뒤집혔다. 앞선 두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최종전 첫 승리와 함께 동아시안컵을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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