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틴 손흥민(33)이 토트넘을 떠난다. 고별전에서 뜨거운 눈물을 보인 그가 마지막 인터뷰에서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토트넘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전에서 1-1로 비겼다.
이 경기는 손흥민의 토트넘 고별전이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이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뛴 마지막 경기다"라고 밝혔다. 손흥민도 경기 후 영국으로 전세기편으로 돌아가는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후반 20분 교체될 때까지 약 65분을 소화했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으나 슈팅 한 차례와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며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후반 20분이 되자 손흥민의 교체 사인이 떴다. 그러자 손흥민은 이브 비수마, 브레넌 존슨 등 친한 동료들과 깊게 포옹을 나눴다. 경기가 잠시 중단된 채 양 팀 선수들이 두 줄로 마주 보고 서서 사이로 지나가는 손흥민의 등을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벤치에 들어와서도 동료들의 작별 인사를 받던 손흥민은 결국 뜨거운 눈물이 터졌다. 관중들은 '손흥민 울지마'를 외쳤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있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토트넘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들에게 손짓하며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남겼다. 인사를 마친 손흥민이 감정이 더욱 복받친 듯 그라운드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눈물 범벅이 된 손흥민은 마지막으로 관중에게 박수를 보낸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여러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처음엔 안 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낸 팀을 떠나려 하니 마음이 쉽지 않았다. 선수들 한마디, 한마디 들으니 감정적으로 올라와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행복한 경기를 했고 팬, 동료, 상대 선수들 덕분에 잊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아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홀가분하게 이야기했다.
경기 전부터 끝까지 내내 응원해준 팬들을 향해 "너무 감사하다. 대체 내가 어떤 복을 받아 이런 선수로 성장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됐는지 알 수 없지만, 팬분들 덕에 이 자리에 있다"고 감사함을 내비쳤다.
이어 "많은 분이 '정말 고생했다'는 얘기를 해줘 감사하지만 아직 축구 인생이 끝난 건 아니다.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더 좋은 모습, 더 행복한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동료들과 고별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선수들이 정말 너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입으로 이야기하기 창피할 정도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토트넘이라는 팀에 10년 동안 있으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영감이 됐다는 것을 느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뛴 토트넘 후배 양민혁과 뉴캐슬 신성 박승수에 대해서는 "(양)민혁 선수나 (박)승수 선수에겐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많은 팬분이 지켜보는 만큼 저보다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민혁이는 이제 좀 친해져 농담도 한다. 14살 차이 나는 선수가 그렇게 하니 적응이 잘 안 된다. 어린 선수도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며 '새 환경에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것을 느낀다. 어린 선수들에게 또 한 번 배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섣불리 좋아하거나 다치게 안 했으면 좋겠다. 옆에서 선수들을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후배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장 절친한 사이인 벤 데이비스에게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어떤 선수가 가장 슬퍼했냐'는 물음에 손흥민은 "다 겉으로는 슬퍼했는데 속은 어떨지 모른다. 좀처럼 우는 모습을 못 본 선수가 제일 친한 벤 데이비스다. (울음이 터질까 봐) 옆에 오지 말라고 하더라. 눈을 보면 빨개져 있었고 눈물도 맺혔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비스에게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고맙다. 그 친구 아들의 대부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자랑스러운 대부가 돼야 한다. 선수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멋있는 모습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을 떠나는 손흥민이 어느 팀으로 이적할지 큰 관심이 쏠린다. 향후 행선지를 묻자 "결정된 게 없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보다 조금 기다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좋은 정보를 드렸으니 오늘은 기자님들이 한발 양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2일 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 결별을 알리며 "(북중미 월드컵은) 제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외신에 따르면 손흥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 FC 이적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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