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 구자욱보다 더!' 송성문에 120억 투자, '대체 왜' 키움의 특별한 '중장기 비전'

120억원. 지난해 외야수 골든글러브 주인공 구자욱(삼성·5년 90억원)보다도 더 큰 비FA 다년계약 금액이다. 키움 히어로즈이기에 더욱 놀라운 파격 계약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4일 "내야수 송성문(29)과 계약기간 6년, 연봉 120억원 전액 보장 건으로 비FA(자유계약선수) 다년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송성문은 3일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 종료 후 고척스카이돔 인근인 서울 신도림 더링크서울 트리뷰트 포트폴리오 호텔로 이동해 아내, 부모님과 함께 계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2026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던 송성문은 이번 계약으로 2026년부터 2031년까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가장 놀라운 건 금액이다. 키움이 송성문에게 안긴 120억원은 보장 연봉 기준으로는 세부 조건이 공개되지 않은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8년 총액 170억원)을 제외하면 SSG 랜더스 투수 김광현의 131억원(4년 별도 옵션 2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외야수 골든글러브 바늘 구멍을 뚫은 구자욱(5년 별도 옵션 30억원)을 총액, 연봉 기준에서 모두 넘어섰다.

구자욱은 2015년 신인왕을 차지한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통산 타율이 0.318에 달한다. 반면 송성문은 지난해 타율 0.340 19홈런 104타점 맹활약을 펼치긴 했으나 통산 타율은 0.278인 아직은 더 꾸준함이 확인돼야 하는 선수다. 그렇기에 키움의 과감한 결단에 더 시선이 쏠린다.

계약 발표 후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허승필 신임 단장은 "구단은 4월부터 비FA 다년계약 의사를 전했다. 시간에 쫓기는 문제는 아니었기에 천천히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금액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니었다"면서도 "10년 가까이 봐왔기에 기량에는 의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송성문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쳤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스탯티즈 기준)는 6.13으로 김도영(KIA·8.32), 멜 로하스 주니어(KT·6.50)에 이어 3위였다.

올 시즌엔 5월 초반까지 2할 초반대 타율에 허덕였으나 5월 이후 타율 0.330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며 어느덧 타율을 0.297까지 끌어올렸다. 팀 타율 최하위 키움에서 주장 역할과 더불어 외로운 에이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

키움은 '중장기 비전 실현'을 송성문의 계약 이유로 내세웠다. 키움은 최근 몇 년간 트레이드를 통해 드래프트권을 모으는 일이 잦았다. 누구보다 많은 유망주들을 수집했고 현재보다는 내년, 그 후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그들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다. 투수에선 다음달 소집해제를 앞둔 안우진, 야수에선 송성문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메이저리그의 포스팅 요청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FA로는 절대 다른 팀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위재민 키움 대표이사는 "예비 FA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FA 시장이 과열되고 있고 계약 규모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구단은 전략적이고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라며 "이번 송성문과의 계약은 우리 구단 입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투자다. 그만큼 선수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팀의 중장기 계획 실현을 위해 송성문과의 장기 계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허승필 키움 단장은 "그동안 히어로즈 역사에는 팀을 이끌어준 상징적인 선수들이 있었는데 송성문 또한 그 계보를 잇는 선수"라며 "실력과 리더십을 고루 갖춘 송성문 선수가 앞으로 팀의 전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하성(탬파베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의 연이은 빅리그 진출로 전력이 약화됐지만 이적료 개념의 포스팅 수익으로 인해 주머니가 두둑해진 키움이다. 안우진의 복귀와 송성문의 잔류, 아시아쿼터 신설로 인해 더욱 전력이 강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에 올 시즌 종료 후 펼쳐질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생겼다.

그렇기에 키움의 '중장기 비전 실현'의 첫 걸음이 된 송성문의 잔류는 그동안 숱한 좌절을 경험한 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