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3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는 흡사 한국시리즈 같았다. 순위 싸움이 치열해진 만큼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5위권을 다투고 있는 팀 간의 맞대결답게 감독들의 투수 교체와 대타 기용이 현란했다. 특히 KT는 외국인 선발 투수 헤이수스까지 불펜으로 등판시키는 '초강수'까지 나왔다.
점수의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듯 두 팀 모두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선취점의 주인공은 1회초 1점을 추가한 KIA였지만 KT 역시 2회까지 4점을 추가하며 리드를 뺏어왔다. KIA 역시 3회와 4회 1점씩 더해 3-4로 KT를 압박했다.
박빙의 승부인 만큼 양 팀 모두 선발 투수를 6회 이전에 모두 교체했다. KIA 벤치는 양현종이 5회말 1사 이후 안현민에게 볼넷을 내주자 즉각 움직였다. 양현종 대신 조상우를 올리며 불펜을 조기에 가동했다. KT도 6회초 시작과 동시에 헤이수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 8월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동안 101구를 던졌지만, 이틀 휴식 후 등판했다. 헤이수스의 KBO 리그 커리어 첫 불펜 등판이었다.

KT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경기를 앞두고 불펜 피칭이 예정됐던 헤이수스는 훈련 시간에 쏟아진 소나기로 인해 이를 실시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소화하는 불펜 세션 대신 실전을 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헤이수스는 불펜 등판이 낯선 탓인지 무사 1, 3루 위기에 몰리긴 했지만 김석환, 한준수, 대타 김태군까지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에이스 면모'를 보여줬다. 이강철 KT 감독의 승부사 기질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KIA 역시 조상우를 시작해 성영탁, 전상현,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차례대로 투입했다. KIA는 4-3으로 뒤진 8회초 무사 2,3루 상황의 기회를 맞이했다. 여기서 KT는 마무리 박영현을 등판시켰다. 실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하지만 박영현은 김석환에게 희생 플라이를 허용했고 다음 김규성에게 우익수 방면 그라운드 홈런까지 맞았다. KIA의 6-4 리드로 바뀌었다.
하지만 KT 선수들은 이강철 감독의 독한 야구를 모를 리 없었다. 사령탑의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투수 운영만으로도 전해진 것일까. 패색이 짙던 9회말 1사 이후 스티븐슨이 우전 안타로 나간 뒤 장진혁이 삼진으로 아웃됐지만, 황재균이 볼넷을 골라냈다. 여기서 3타수 3안타였던 장성우가 4안타 경기를 만들어내며 5-6으로 쫓아갔다.
KT는 장성우 대신 유준규를 대주자로 기용했다. 2사긴 했지만 발 빠른 주자로 역전까지 노려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김상수는 여기서 응답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을 포함해 한국시리즈만 무려 31경기 출전 기록이 있는 김상수는 2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끈질기게 정해영을 괴롭혔다. 풀카운트까지 끌고 간 김상수는 정해영이 던진 결정구였던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생산했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김상수는 정해영을 상대했던 타석에 대해 "공이 너무 좋았다. 앞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슬라이더를 던지는 것을 봤다"는 말로 슬라이더를 노렸다는 것을 넌지시 밝혔다. 이날 정해영은 김상수를 상대하며 1구부터 7구까지 모두 직구만 던졌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던진 8구만 슬라이더였다.
김상수는 "찬스가 왔는데 앞 타석에서 만회하자는 마음으로 들어섰다. 주자들이 뛰었기 때문에 맞는 순간 끝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웃었다. 헤이수스와 박영현이 등판하는 '초강수'가 나올 것이 대해서도 책임감이 들었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상수는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순위 경쟁에서 분위기를 더 탔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NC랑도 만나고 중요한 경기가 이어지는데, 경기를 질 수도 있지만 연패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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