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33·현 로스앤젤레스FC)과 함께 토트넘 홋스퍼의 전성기를 이끈 다니엘 레비(63)는 끝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유력지에 따르면 사임이 아닌 사실상 경질에 가까운 수순이었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레비가 약 25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며 "향후 구단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갖췄다"고 발표했다.
이어 구단은 성명에서 "레비 회장 체제의 25년 동안 토트넘은 많은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시즌 중 18시즌 동안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며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축구 클럽 중 하나가 됐다"며 "또한 유소년 아카데미와 선수단, 시설에 꾸준히 투자하며 최첨단 훈련장과 세계적 수준의 신구장을 완공했다"고 덧붙였다.

레비 회장의 사임은 사실상 경질이었다. 'BBC'는 "레비가 토트넘 회장직에서 사임했다"면서도 "토트넘은 공식 발표에서 그가 사임했다고 밝혔지만, 본지는 레비가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폭로했다.
레비 회장는 25년 만에 회장직을 사임했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인물이 떠났다. 영국 'BBC'를 비롯해 '가디언', '스카이스포츠' 등이 집중보도할 정도로 레비의 퇴진은 현재 영국 축구계와 현지 언론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토트넘은 레비 회장이 떠나기 전 후계 구도를 준비해왔음을 밝혔다. 구단은 "이번 결정은 구단주가 주도한 경영 구조 개편의 일환"이라며 "회장 직책은 완전히 사라지고 이사회 운영이 현대화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후계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주요 인사를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에 따르면 전 아스널 최고 경영자(CEO)였던 비나이 벵카테샴이 토트넘의 새 CEO가 됐다. 또 피터 채링턴이 이사회에 합류해 새로 신설된 비집행 회장직을 맡게 됐다.

구단은 이 같은 조직 개편의 목적을 "클럽이 장기적으로 스포츠적 성공을 거두도록 보장하려는 우리의 야심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닌 체계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레비는 토트넘을 통해 "나는 경영진과 모든 직원과 함께한 성과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토트넘을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는 강호로 만들었다. 그 이상으로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어냈다"며 "릴리화이트 하우스와 홋스퍼 웨이에서 함께한 팀, 수많은 선수와 감독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레비는 팬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동안 나를 지지해준 모든 팬에게 감사한다. 여정이 늘 쉽지만은 않았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나는 이 클럽을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성명문은 각자의 길을 응원하는 아름다운 작별로 보이지만, 'B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단순한 자진 사임이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구단 대주주인 조 루이스 가문이 내부 판단 끝에 레비의 퇴진을 사실상 요구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루이스의 자녀 비비안 루이스와 찰리 루이스가 이번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소식통은 'BBC'를 통해 "레비가 물러나야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이번 발표는 여름 이적시장 종료 직후로 맞춰졌다. 이는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레비는 2001년 회장에 오른 뒤 2008년 리그컵, 2025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이라는 두 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남겼지만, 장기 재임 기간에 비해 성적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7위에 머무른 뒤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면서 현지 팬들의 불만까지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 'BBC'도 "지난 시즌 레비 회장을 향한 시위가 여러 차례 벌어졌다"며 "특히 1월 레스터 시티와 홈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팬들은 '우리는 영광을 원하지만, 레비는 탐욕에 휘둘리고 있다. 24년, 16명의 감독, 트로피 1개. 변화의 시간이 왔다'고 현수막을 걸었다"고 알렸다.

재임 기간 레비는 탁월한 협상가로 평가받았지만 동시에 고집스러운 '인색한 회장'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선수 영입과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잦은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세 무리뉴 감독을 리그컵 결승전을 앞두고 해임한 결정도 치명적이었다. 안토니오 콘테(현 나폴리)와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현 노팅엄 포레스트) 감독 선임과 같은 인사 실패는 치명적 오판으로 꼽힌다.
실제로 레비의 퇴진에 대해 현지 반응은 엇갈린다. 'BBC 라디오' 해설위원이자 전 토트넘 골키퍼였던 폴 로빈슨은 "레비의 유산은 최신식 구장과 훈련장이지만, 동시에 경기장 내 성과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이라며 "사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축구적으로는 아쉬움이 크다"고 평가했다.
팬들의 반응 역시 극명히 나뉜다. 한 팬은 'BBC'를 통해 "레비는 토트넘을 강한 구단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였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팬은 "레비가 없었다면 지금의 구단은 없었을 것"이라며 공로를 높이 샀다.
'BBC'에 따르면 레비는 여전히 토트넘 구단의 지분 대다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더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토트넘은 2025~2026시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레전드인 손흥민의 이적을 허용하면서 감독과 회장까지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