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승 평균자책점(ERA) 2.74. 명실공히 토종 최고의 선발 투수 임찬규(33·LG 트윈스)라는 벽을 허물었다. SSG 랜더스만 만나면 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던 괴물이라 더욱 뜻깊은 결과다.
SSG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임찬규에게 5이닝 만에 5실점을 안겼다.
임찬규는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은 2023년부터 SSG에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11경기에서 9승 1패, ERA 1.80으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냈다.
팀 타율 0.252로 9위에 머물고 있지만 8월 이후엔 0.282로 놀랍게 반등했고 최근 4연승 기간 중엔 타율 0.361로 더 불타올랐다. 이 기간에만 무려 8개의 홈런, 25득점을 기록했다. 가을만 되면 강해지는 SSG의 DNA가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렸던 타선에 이식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천적' 임찬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SSG는 최지훈을 2번에 배치하는 등 타선 변화를 줬는데 이숭용 SSG 감독은 경기 전 "우리 팀에서 그나마 (임)찬규 공을 조금은 칠 수 있는 게 지훈이더라"며 "데이터를 봤고 지훈이도 조금은 올라오는 추세이기도 했다. 2번 타자를 두고 (정)준재도 생각했지만 준재보다는 안상현이 나을 것 같았다. 준재는 찬규 공을 공략하지 못했어서 상현이를 넣을까 하다가 공격적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지훈이를 택했다"고 전했다.

최지훈은 올 시즌 6타수 3안타로 임찬규에겐 매우 강했다. 반면 리드오프 박성한(4타수 무안타)을 비롯해 최정(6타수 무안타)도 임찬규에게 어려움을 겪었다. 최지훈은 1회말 1사에서 2루타를 터트리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물론 최지훈 혼자의 힘으로 임찬규를 무너뜨릴 순 없었다. 타선이 전체적으로 임찬규를 효과적으로 공략해냈다. 이날 경기에선 데이터만큼이나 기세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1회말 선두 타자 박성한이 우전 안타로 물꼬를 텄고 최지훈의 2루타에 이어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고 한유섬이 몸쪽 낮은 코스의 시속 142.8㎞ 직구를 걷어올려 비거리 122.7m짜리 달아나는 우월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2회엔 하위 타선이 삼자범퇴로 물러났지만 3회 연이은 실책과 볼넷으로 잡은 1사 1,2루 기회에서 에레디아와 한유섬이 연이은 적시타로 5-0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임찬규는 안정을 찾았고 4회 KKK로, 5회에는 2루타를 맞고도 실점하지 않았지만 이미 투구수가 91구까지 불어난 터라 5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임찬규는 5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SSG 선발 김광현도 4회말 3점을 내주며 2점 차로 쫓겼지만 SSG는 최강 불펜으로 리드를 지켰다. 5이닝 3실점한 김광현의 투구수가 83구로 많이 않았음에도 한 템포 빠르게 불펜을 가동했고 6회부터 노경은(1이닝), 김민(⅓이닝), 이로운(1⅔이닝)에 이어 7-3으로 점수 차가 벌어진 9회말엔 마무리 조병현까지 투입해 완벽히 LG의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임찬규는 지난해 8월 21일(6이닝 1실점) 패배 이후 SSG전 4연승을 달렸으나 SSG의 살아난 타선 앞에 이날 1년여 만에 패배를 떠안았다.
투수진이 견고함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타선이 살아나자 SSG는 선두 팀도, 천적 투수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는 모든 선수들의 집중력과 승부욕으로 만든 값진 승리"라며 "후반기에, 약했던 상대 선발 투수들을 상대로 도장 깨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도 야수들의 활약으로 깬 것 같다"고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7월 29일 올 시즌 SSG전 3경기 3승 무패 ERA 1.42로 강했던 하영민(키움)을 만나 3이닝 4실점 조기강판 시키며 패배를 안겼고 앞서 7이닝 무실점, 6이닝 무실점으로 꽁꽁 묶였던 박세웅(롯데)과 송승기(LG)를 상대로도 8월 다시 만나선 5⅔이닝 7실점, 4⅔이닝 7실점(5자책)으로 완벽 공략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고영표(KT)에게 패배를 안긴 데 이어 코디 폰세(한화)가 나선 경기에서도 승리를 따내며 달라진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날도 새 리드오프 박성한이 3안타 2타점 2득점, 한유섬이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1득점, 대타 정준재도 멀티히트를 날리는 등 그동안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반적으로 타선이 살아나는 게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이날 승리로 3위 SSG는 6위 롯데 자이언츠와 격차를 3.5경기로 벌렸다. 점차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지고 있다. 이 감독은 "어렵고 중요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원팀의 힘으로 5연승을 만들었다"며 후반기 힘을 내고 있는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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