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막판 김혜성(26)을 LA 다저스 경기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가을야구에서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저스의 소식을 주로 다루는 다저스네이션은 24일(한국시간) 가을야구를 앞둔 다저스의 로스터에 대해 분석하며 김혜성에 대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평가를 전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좌투수를 상대할 땐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이 그에게서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 좌타자가 좌투수에게 어려움을 겪는 게 일반적이다. 투구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등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이 같은 이유로 시야 확보에 있어서도 우투수를 상대할 때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슬라이더와 같은 변화구는 멀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더욱 공략에 애를 먹곤 한다.
흔히 '좌우놀이'라고 부르는 플래툰 시스템이 야구에 보편화 된 이유이기도 한데 김혜성은 올 시즌 철저한 플래툰의 희생양이었다. 올 시즌 총 152타수 중 좌투수를 상대로는 19타수에서만 기회를 얻었다.

다만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좌타자임에도 좌투수에게 더 강한 일명 '역스플릿'을 보이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올 시즌 김혜성이 그랬다. 지극히 제한된 기회 속에도 좌투수 상대 타율은 0.368(19타수 7안타)에 달했고 홈런 하나와 3타점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47에 달했다.
물론 김혜성을 역스플릿 타자라고 평가하기엔 표본이 너무도 부족하지만 반대로 좌투수에 약한 타자라고 규정하기에 숫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로버츠 감독은 "지금 김혜성은 스트라이크존 밖의 공을 너무 많이 쫓는 경향이 있고 컨택트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내 생각엔, 너무 많이 쫓고 컨택트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포스트시즌에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평가다. MLB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김혜성의 올 시즌 스트라이크 존 밖 스윙(chase)률은 35.2%로 리그 평균(28.4%)보다 높았던 반면 이 스윙을 타격으로 연결시킨 비율은 47.7%로 리그 평균 수준(57.5%)에 크게 밑돌았다.
다만 좌투수에 약하다는 평가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차라리 부상 복귀 후 컨디션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댄다면 훨씬 더 납득하기 쉬울 것이다. 복귀 후 치른 9월 8경기에서 김혜성의 타율은 0.071(14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가치를 인정하기도 했다. "김혜성의 수비는 정말 마음에 든다. 올 시즌이 그의 첫 메이저리그 시즌이고, 정말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당장 포스트시즌 투수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느끼는 선수들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2연패를 꿈꾸는 다저스의 가을야구에서 김혜성은 찾아볼 수 없게 되는 걸까. 로버츠 감독은 승선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읽어볼 수 있는 발언을 더했다. "김혜성이 팀에 합류해, 우승 경쟁을 함께하는 이 경험이 그에게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클러치포인트 또한 김혜성의 로스터 합류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는 뛰어난 수비수이고 가장 중요한 점은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이라며 "이는 주루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을야구에서는 결정적 득점으로 승부가 기울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혜성의 빠른 발과 내외야를 오갈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다저스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혜성이 올 시즌 보여준 수치와 무관하게 타석에서 기회는 얻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보인다. 좌투수 상대 빼어난 수치를 보였음에도 선수 기용권한을 가진 로버츠 감독으로부터 매우 박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클러치포인트 또한 "타석에 들어서는 것에 관해선 김혜성은 우완 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 더그아웃에 있는 거의 모든 선수들보다 낮은 순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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