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라는 종목이 생겨난 뒤 이런 선수는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단 한 경기 만으로 시리즈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는 엄청난 임팩트였다.
오타니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 4선승제) 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타석에선 3홈런을 날려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투수로는 최고 시속 100마일(161㎞)이 넘는 강속구를 뿌려대며 스위퍼와 스플리터까지 섞어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신 헛돌게 만들었다. 무려 10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다소 힘이 빠진 것이었을까. 7회 등판해 무사 1,2루를 남겨두고 내려간 게 이날의 유일한 흠이었을 정도로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공을 넘겨 받은 알렉스 베시아가 승계 주자의 득점을 허용치 않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0탈삼진 무실점, 3개의 홈런, 오타니가 생애 최고의 활약으로 NLCS MVP를 수상했다"며 "투수로 등판해 10탈삼진 3홈런을 날린 MLB 역사상 최초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어 "오타니는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며 "다저스가 25년 만에 월드시리즈 2연패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전했다.
타자로서는 3개의 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직전 경기까지 이번 가을야구에서 타율 0.121(33타수 4안타)에 그쳤다. 신시내티 레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날린 2개 이후엔 8경기에서 홈런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와 닿는 표현이다.
누구보다 오타니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그의 활약을 기대했다. 경기 전 "이번 경기가 오타니가 이 시리즈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의 최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선 NLCS 3경기에선 타율 0.182(11타수 2안타)에 그쳤고 단 1타점에 그쳤다. 팀은 3연승을 달렸으나 오타니는 전혀 제 몫을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는 데엔 단 한 경기면 충분했다. 포스트시즌에서 100마일 이상의 공으로 2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낸 건 다저스 선발 중엔 오타니가 유일했고 10탈삼진 이상, 멀티 홈런을 기록한 건 오타니만 이날까지 2번 달성한 그 누구도 꿈도 꿔보지 못한 기록이다.
홈런 타구 하나 하나가 조명을 받을 만했다. 1회엔 시속 116.5마일(187.5㎞)로 비거리 135.9m 우월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고 4회엔 116.9마일(188.1㎞)로 더 빠르게 때려내 비거리 142.9m짜리 좌중간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홈런을 날렸다. 7회에도 113.6마일 (182.8㎞)로 130m 3번째 홈런을 장식했다. 2015년 스탯캐스트가 기록을 시작한 뒤로 정규시즌 포함 116마일 이상의 타구로 멀티 홈런을 날린 것도 오타니가 유일했다. 모두 다른 투수를 상대로 날린 홈런이라 더욱 놀랍다.

MLB 포스트시즌에서 3홈런을 기록한 건 MLB 역사상 오타니가 13번째이고 투수로는 당연히 처음이었다.
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경기 후 맥스 먼시는 "그때쯤 되니까 놀랍지도 않았다"며 "그가 홈런을 칠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실제로 치니까 다들 '그래, 역시 나왔네'하고 웃었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이번엔 제 차례였다. 그동안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제 다저스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왕좌를 지킨 뉴욕 양키스에 이어 25년 만에 월드시리즈 연패 팀에 도전한다. 먼시는 "올해 스프링캠프에 들어가자마자 다들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해야 한다', '우승하고 싶다'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였다"고 전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운영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필요(need)와 바람(want)의 구분은 저에겐 사실상 없다. 둘 다 같은 의미로 느껴진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단 하나, 최종 목표인 우승"이라며 "코치진과 선수단, 프런트가 모두 시즌 내내 그 목표만을 바라봤다. 오늘밤은 충분히 즐길 것이다.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4경기를 더 이겨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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