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현(21·한화 이글스)에겐 악몽 같았던 가을이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한 꿈도 있다. 이젠 악몽을 훌훌 털고 다시금 도약해야 할 시기다.
류지현(54)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5일 오후 6시 30분 일본 도쿄돔에서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 1차전을 치른다.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지만 김서현의 등판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가을 가장 핫했던 투수다. 33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올랐지만 10월 이후 치른 7경기에선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평균자책점(ERA) 1.55로 난공불락이었던 김서현은 후반기 들어 5.68로 흔들렸다. 본인도 몇 번이나 이야기한 것처럼 10월 1일 SSG 랜더스와 경기가 치명적이었다. 2경기를 모두 잡으면 1위 타이브레이커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 9회말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 김서현은 SSG의 백업 선수들인 현원회와 이율예에게 홈런을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다. 한화도 결국 2위로 플레이오프부터 가을야구에 나서야 했다.
김서현에겐 2주 이상 추스를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아웃카운트 3개만 잡아내면서 홈런 2개를 맞고 무너졌다.

한국 시리즈에선 2006년 이후 한화에 19년 만에 승리를 안겨주는 승리 투수가 됐지만 4차전에서 다시 한 번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시즌 성적이 워낙 빼어났기에 대표팀에도 합류했지만 김서현은 지난 9일 체코전에 등판해 ⅔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1실점했다. 체코와 2경기 18이닝 동안 대표팀이 내준 유일한 실점이었다.
21구를 모두 직구로 던졌고 최고 구속은 156㎞까지 찍혔지만 직구 일변도 승부에도 제구가 되지 않자 체코 타선은 볼넷을 골라냈고 결국 적시타까지 때려냈다.
절반의 성공과 여전한 숙제를 남긴 등판이었다. 구속이 올라왔다는 건 확실한 소득이었다. 류지현 감독도 김서현이 체력적 문제 등으로 인해 구속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는데 구속은 확실히 올라온 것으로 확인했다.
김서현도 "처음에 땅볼이 나와 직구로 승부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지막 경기(한국시리즈 4차전) 때 구속이 잘 안 나와 힘을 많이 쓴 것 같았는데 구속이 잘 나왔다. 휴식 기간도 있었고 대표팀에서도 스케줄을 잘 맞춰주셔서 금방 회복이 됐다"고 말했다.

피치클락이 변수가 되기도 했다. KBO리그보다 훨씬 빠른 15초 룰로 진행되다보니 김서현은 다급해졌고 이는 제구 불안으로 이어졌다. "피치클락에 안 걸리려고 신경 쓴 게 그나마 핑계를 대자면 오늘 경기에서 안 좋았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전했다.
구속은 확실히 올라왔고 체코전 이후에도 일주일 가량 더 회복할 시간이 있었다. 피치클락으로 인한 시행착오도, 볼 배합에 대한 오답노트도 얻었다.
김서현도 한일전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일본으로 평가전을 가는데 빨리 승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며 "구속이 많이 올라온 것에 대해선 만족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처럼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크지도 않았고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몸쪽으로 승부하려던 부분도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무리 33세이브 투수라도 WBC에 쉽게 데려가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대표팀은 빼어난 공을 뿌리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WBC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서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이번 일본과 2연전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