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킬러'로 유명했던 레전드 투수 구대성(56)은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이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영향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대성은 지난 25일 공개된 유튜브 '정근우의 야구인생'에 출연해 국제대회에서 부진에 대해 "ABS 문제일 수도 있다. 나는 양쪽(ABS와 기량)으로 다 보는데 무브먼트나 (초속과 종속의) 스피드 차이가 거의 없어야 된다. 그러면 타자들이 보는 시야가 좁아진다"면서 "그런데 그게 길어진다. 그러니까 많이 맞을 수밖에 없다. 그것에 ABS 존이 한 몫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구가 좋은 투수들은 그날 심판의 존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 초반 보더라인 근처로 연이어 공을 던지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심판의 존을 확인하고 이를 영리하게 활용하며 경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ABS 시스템에서 존은 고정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싸움 등이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투가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제구보다는 오히려 구위형 투수들이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구대성 또한 모든 것에 앞서 "일단 제구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선 ABS가 도입되지 않기에 더욱 그에 맞는 대응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나 현대 야구에선 구속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어린 투수들이 지나치게 구속에만 집착하는 경우들이 많아져 이러한 분위기가 제구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달 열린 일본, 체코와 K-베이스볼 시리즈에서도 리그를 대표하는 어린 투수들이 고전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나 일본 도쿄돔에서 치른 2경기에선 18점을 내줬는데 제구에서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다. 2경기에서 사사구는 무려 23개가 쏟아졌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까지 이뤄냈던 한국 야구지만 그 이후엔 WBC에서 3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더 이상의 실패를 반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K-베이스볼 시리즈 이후 발표된 내년 1월 사이판 전지훈련 출전 명단에 베테랑 류현진(38·한화 이글스)과 노경은(41·SSG 랜더스)을 새로 합류시켰다.
노경은은 많은 나이에도 2년 연속 홀드왕에 등극한 KBO 최고의 불펜 자원이다. 나이를 떠나 현재 가장 잘 던지는 투수이고 많은 경험이 대표팀 전력을 끌어올려주는 동시에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노경은보다도 더 많은 경험을 지닌 투수다. 2009 WBC 준우승과 2008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의 주역이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자책점왕에도 등극했고 78승을 올린 대투수다.
가장 큰 무기는 역시나 감탄을 유발하는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영리한 경기 운영이다. 올 시즌에도 9승(7패) 평균자책점(ERA) 3.23으로 국내 좌완 투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제구와 과감하고도 영리한 경기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체감한 K-베이스볼 시리즈였다. 류현진과 노경은의 합류는 대표팀 한 차례 뼈아픈 실패를 맛본 어린 투수들에게 어떻게 타자를 승부해야 하는지, 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크나 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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