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안 눌려요?"(문동주), "그만하자 이제"(원태인)
무더운 날씨 속에서 캐치볼 훈련을 마친 투수들은 휴식을 마다하고 토론의 장을 열었다. 함께 파트너를 이룬 투수들로부터 구종에 대한 조언을 받았고 이를 즉각적으로 적용해보기 위함이었다.
야구 대표팀은 오는 3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사이판에서 1차 캠프를 진행 중이다. 소속팀 캠프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전지훈련이기에 목적은 몸 상태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있다. 불펜 피칭을 한 선수도 단 2명에 불과했다.
온화한 기후에서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차분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선수들에게 또 하나 이번 캠프가 중요한 건 그동안 잘 만나기 어려웠던 선수들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번 캠프를 두고 류지현(55) 대표팀 감독은 "분위기가 남다르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최근 국제대회 부진에도 프로야구는 사상 최초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는데, 이에 부응해야 할 때라는 확실한 목표 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9·한화)과 최고령 홀드왕 노경은(42·SSG), 야수에선 메이저리거 김혜성(27·LA 다저스)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서 훈련에 나서며 후배들도 덩달아 더 진지하게 훈련에 나설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선수들은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며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

지난 14일 훈련 투수조 캐치볼 이후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번 캠프 최고의 단짝으로 거듭나고 있는 원태인(26·삼성)과 문동주(23·한화)가 대표적이었다. 둘은 평소에도 티격태격하며 남다른 케미를 보여주는 파트너인데 이날도 캐치볼을 함께 한 둘은 공식 훈련이 마무리된 뒤에도 몇 차례 더 공을 주고 받았다.
원태인의 옆에는 류현진이 달라붙어 있었다. 새로운 구종 장착에 몰두하는 문동주의 공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문동주는 원태인의 슬라이더 비법에 대해 물었고 이 방법을 확실히 익히기 위해 공을 던질 때마다 원태인에게 피드백을 요구했다.
원태인에게 다가선 문동주는 다시 한 번 그립과 던지는 방법에 대해 물었고 원태인은 차분히 설명을 해줬다.
이후 문동주는 원태인으로부터 멀리 자리를 잡고 "형 하나만 더요"라며 배운 걸 직접 확인하고 싶어했다. 추가 투구는 몇 차례나 이어졌다. 원태인은 "안 휘잖아"라며 문동주가 제대로 구종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휴식을 취하러 가자며 "이제 그만하자"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문동주는 이후에도 고집을 부려 몇 차례나 더 공을 던지는 집념을 보였다.
또 다른 사제 지간도 생겨났다. 노경은에게 고우석(28·디트로이트)이 다가선 것이다. 시속 150㎞ 중후반대 빠른 공이 주무기이지만 미국 야구에 도전하며 떨어지는 변화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스플리터를 추가한 고우석이다.

다만 아직 완성도 면에선 부족함이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고우석도 훈련을 마친 뒤 한참 동안 노경은에게 포크볼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노경은은 "우석이가 (조)병현이 스타일로 던졌는데 병현이는 팔이 매우 높다. 반면 저는 팔이 옆에서 나온다. 우석이가 병현이보다는 제가 던지는 스타일로 던져보는 게 어떨까 조언을 구했고 이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고 밝혔다. 고우석 또한 "포크볼에 대해 물어봤는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 제가 잘 던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수들이 하나 같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 건 류현진이다. 곽빈은 "류현진 선배한테 많이 물어보고 싶은데 어린 선수들이 워낙 많이 물어보기 때문에 힘드실 것 같아서 조심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야구 잘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요즘은 공은 더 좋아지고 있는데 왜 성적은 그대로이거나 안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야구가 잘 안 늘고 있구나'라는 걸 시즌 끝나고 깨달았다. 이젠 많이 배우고 야구를 많이 느는 느낌으로 하고 싶다"고 전했다.
류지현 감독이 류현진과 노경은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을 이번 캠프에 합류시키며 기대했던 것들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 누군가는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사이판 캠프는 모든 선수들에게 값진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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