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안세영(24·삼성생명)이 고개를 숙였다. 국제대회 파죽의 36연승 뒤 당한 첫 패배다. 하필이면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결승에서 무너졌다. 상대인 왕즈이(중국)의 컨디션도 워낙 좋았지만, 안세영 스스로 무너진 경기여서 아쉬움의 크기는 더 컸다.
무대는 8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결승이었다. 상대는 세계 2위 왕즈이, 안세영이 1년 넘게 무려 10연승을 달릴 정도로 유독 강했던 상대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무려 국제대회 36연승을 달리고 있던 기세를 더해 안세영의 우승 가능성도 그만큼 커 보였다.
그런데 경기가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1게임 초반 잠시 3-1 리드를 잡은 것을 제외하고는 안세영은 줄곧 상대에 리드를 빼앗긴 채 끌려다녔다. 물론 게임 중반 이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는 게 안세영의 강점이기도 했지만 이날은 흐름이 달랐다. 1게임에서는 한때 8-15까지 격차가 벌어졌고, 안세영은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그나마 안세영은 2게임 반격에 나섰다. 게임 중반 4-5로 뒤지다 9-6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대역전극의 서막을 올리는 듯 보였다. 절묘하게 방향을 바꾸는 샷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분위기도 잡았다. 다만 상대인 왕즈이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다. 몸을 날리는 수비로 연신 안세영의 공격을 막아냈다.
결국 역전을 거듭하던 흐름도 2게임 중반 이후 왕즈이가 잡았다. 안세영은 막판 16-20에서 19-20까지 맹추격했으나, 끝내 왕즈이의 '챔피언십 포인트'를 막지 못했다. 0-2(15-21, 19-21) 완패. 대부분 안세영의 포효로 끝나던 안세영과 왕즈이의 맞대결 결말은, 지난 2024년 12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왕즈이의 세리머니로 끝났다.
세계 1위와 2위의 맞대결이긴 했으나, 10연승 포함 18승 4패의 압도적인 전적을 기록할 만큼 안세영이 유독 강했던 상대에게 당한 '완패'였다. 무엇보다 게임 내내 왕즈이의 날카로운 공격이 성공한 장면보다는, 안세영의 샷이 라인을 넘어가거나 네트를 넘기지 못해 허무하게 내주는 점수가 유독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웠다. 추격의 불씨를 지펴야 할 타이밍이나, 반대로 왕즈이가 분위기를 한껏 올리는 시점에 번번이 안세영의 '미스'가 나왔다.
1899년 첫 대회가 시작된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에서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었던 기회도 놓쳤다. 안세영은 지난 2023년 처음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으나, 2024년 대회에서 4강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해 대회에서 왕즈이를 꺾고 개인 통산 2번째 전영오픈 정상에 다시 선 안세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역사상 처음으로 전영오픈 2연패라는 대업에 도전했으나, 그 기회를 놓쳤다.
앞서 말레이시오픈과 인도오픈에 이어 시즌 3번째 우승 도전도 미룬 안세영은 국제대회 연승 기록 행진 역시 37경기 만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안세영이 아닌 왕즈이가 우승 트로피를 드는 '어색한' 세리머니를 뒤로한 채, 안세영도 자신의 여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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