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점이나 앞서면서 그렇게 떨리기는 처음이었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한국-호주의 경기를 TV로 지켜본 한 관계자의 말이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감독 류지현)의 극적인 호주전 결과와 기적 같은 8강 진출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경기 내내 8강 진출 경우의 수를 충족했다가도 금세 탈락 위기에 몰리고 다시 희망을 갖게 하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한국은 호주에 '2실점 이내'와 '5점 차 이상 승리'를 모두 이뤄내야 조 2위로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5-0' 또는 '6-1', '7-2' 등의 스코어로 이겨야 했다.
'야구의 신'은 마치 그 상황을 알고 즐기는 듯했다. 한국은 5회초까지 5-0으로 앞서다 5회말 5-1이 됐고, 6회초 6-1을 만들어 환호했으나 8회말 다시 6-2가 되면서 탈락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9회초 기어코 1점을 보태고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거짓말 같은 7-2 승리를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1점을 더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고, 1점을 내주지 않기 위해 혼신을 바쳤다. 선수단 전체가 하나가 됐고 모두가 영웅이었다.
◇ 5-0일 때
5회말 한국의 두 번째 투수 소형준이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선두 타자 로비 글렌디닝에게 던진 시속 137㎞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중월 솔로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스코어는 5-1, 이대로라면 탈락이었다.
그러나 소형준은 흔들림 없이 후속 세 타자를 삼진 2개와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이날 등판한 한국 투수들 중 가장 많은 36개의 공을 던지며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그 덕분에 한국은 곧이은 6회초 박동원의 2루타와 김도영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며 다시 마이애미행의 꿈을 이어갔다.
◇ 6-1일 때
6회말 등판한 박영현이 1사 후 커티스 미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다음 타자는 3번 애런 화이트필드. 홈런 한 방이면 3실점이 되므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박영현은 침착했다. 화이트필드에게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바깥쪽 낮은 커터(시속 136㎞)를 던져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 7-2일 때
8회말 1점을 내줘 6-2로 다시 탈락 위기에 몰린 한국은 곧이은 9회초 김도영의 볼넷과 상대 실책, 안현민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천금 같은 추가점을 얻어냈다.
운명의 9회말. 이제 아웃카운트 3개만 잡아내면 마이애미행 확정이었다. 마운드에는 마무리 투수 조병현이 어깨에 모든 것을 짊어지고 서 있었다.
위기가 닥쳐왔다. 1사 후 크리스 버크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릭슨 윙그로브에게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5구째는 가운데 높은 포심 패스트볼(시속 146㎞). 잘 맞은 타구는 외야 우중간으로 뻗어나갔다. 그때 바람처럼 달려와 미끄러지면서 공을 잡은 야수가 있었다. '바람의 손자' 우익수 이정후였다.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자는 2사 1루. 여전히 공 하나하나에 숨막히는 긴장이 이어진 가운데, 조병현이 로건 웨이드에게 볼 두 개를 연달아 던진 뒤 3구째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146)을 뿌렸다.
공은 내야 높이 떠올랐고, 1루수 문보경이 침착하게 잡아냈다. 그리고 환호와 눈물. 한국 야구 대표팀이 17년 만에 WBC 8강에 진출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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