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팀이 승리한 밤이었지만, 동시에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가 없는 환경의 한계가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야구 종주국' 미국이 도미니카 공화국을 상대로 1점 차 승리를 거머쥐었으나, 경기가 끝난 직후 현지 언론의 반응은 축제보다 비판에 가까웠다.
미국 야구 대표팀은 1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전서 도미니카 공화국을 2-1로 꺾었다. 양 팀 합쳐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했던 이번 경기는 4회 홈런 두 방과 선발 투수 폴 스킨스의 역투 등 명장면을 쏟아내며 전 세계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팽팽했던 경기 흐름을 끊어놓은 것은 선수들의 실수가 아닌 심판의 '볼 판정'이었다. 경기 내내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존에 양 팀 타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 된 결정적인 순간에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고 말았다. 1-2로 뒤진 9회말 2사 23루 상황에서 마지막 타자 헤랄도 페르도모가 불 카운트 상황에서 낮은 공을 흘려보냈지만, 그대로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서 경기가 끝났다. 볼넷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삼진 처리됐다.
현장을 찾은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소속의 저명 기자 제프 파산(Jeff Passan)은 경기 종료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파산은 "경기가 이따위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부끄러운 일이다(That game cannot end like that. A shame.)"라는 글을 남기며 명승부의 가치를 훼손한 판정 논란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경기 후 마크 데로사(51) 미국 대표팀 감독 역시 판정 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데로사 감독은 경기 뒤 공식인터뷰에서 "WBC에도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나 챌린지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마 다음 대회에는 도입될 것으로 본다. 나는 그 시스템의 팬이다"라는 답을 남겼다.
이어 데로사 감독은 "오늘 밤은 야구가 승리한 날"이라면서도 "타선이 멈추지 않았던 도미니카를 상대로 우리 투수진이 잘 버텨줬지만, 3타자 의무 상대 규정과 판정 등 여러 변수 속에서 매 순간이 전쟁 같았다"는 경기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모여 야구의 세계화를 외친 WBC였지만, 정작 그 수준에 걸맞지 않은 '볼 판정' 하나가 명승부에 오점을 남겼다. "부끄럽다"는 현지 기자의 일갈이 2029년 차기 WBC를 준비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전해졌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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