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하고 이렇게까지 안타를 못 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데뷔 후 줄곧 몸 담았던 두산 베어스를 18년 만에 떠난 것도 큰 결심이었는데 개막 후 10타수 무안타에 그치자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그러나 스타는 스타였다. 이적 후 첫 안타를 경기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로 장식했다.
김재환은 3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7회말 1사 1,2루에서 윤석원의 시속 140㎞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김재환의 침묵 속 2연승을 달린 SSG는 그의 속 시원한 한 방으로 개막 후 가장 큰 점수 차로 승리를 따냈다.
2008년 2차 1라운드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으나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6년 두산의 주전으로 거듭나며 37홈런 124타점 107득점으로 활약을 시작으로 3년 동안 116홈런을 때려냈고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10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리그가 가장 주목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부침도 있었지만 2024년 29홈런 92타점으로 반등했는데, 지난해엔 103경기에서 타율 0.241(344타수 83안타) 13홈런 50타점에 그쳤다. 2016년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2023시즌을 떠올리게 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김재환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돈 때문은 아니었다. 김재환도 여론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의 뜻까지 전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유니폼을 바꿔입기로 결정했다.
변화를 위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어딘가 잘 안 풀렸다.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0.214(28타수 6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647에 그쳤고 개막시리즈에선 9타석에서 8타수 무안타 5삼진에 그쳤다.
이날도 첫 두 타석에선 내야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6회말 동점을 만들어내는 희생플라이로 이적 후 첫 타점을 올린 김재환은 7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2로 앞선 1사 1,2루 기회에서 바깥쪽 공을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경기 후 만난 김재환은 "(안타가) 안 나오다 보니까 심적으로 '아, 내가 지금 급해지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급하지 않게, 안타를 못 치더라도 달려들지는 말자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더 편하게 들어갔는데 운 좋게 결과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두가 괜찮다고 했지만 조급한 마음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김재환은 "머리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마음으로는 '내가 괜찮지 않구나'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그럴수록 좀 더 급해지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며 "이렇게까지 개막하고 안타를 못 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안 나오고 새로운 팀이기도 하다보니까 안타라도 하나 빨리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됐다. 그런 생각을 계속 지우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비거리 105m로 기록된 이 홈런은 담장 상단을 때린 뒤 관중석 쪽으로 넘어갔다. 타격 부진과 맞물려 잠실구장의 넓은 외야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김재환이었기에 첫 홈런부터 SSG랜더스필드의 덕을 본 게 앞으로 더 많은 홈런 양산을 기대케 했다.
김재환은 "(맞는 순간) '제발 가라, 제발 넘어가라' 이런 생각 밖에 안 했다. 조금 타이트한 상황이다 보니까 홈런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투수들이나 야수들이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더 그랬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부진의 아쉬움을 완벽히 날리는 홈런에 김재환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엄청, 엄청 후련했다"고 털어놨다.
잠실구장과는 달리 SSG랜더스필드는 타자친화적인 구장 중 하나다. 긴 침묵이 있었지만 3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리며 마음의 짐을 털어놨다. 김재환은 새 홈구장에 대해 "너무 마음에 든다.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도 많이 된다"고 설레는 마음은 표현했다.

심적인 부담감이 크다는 걸 알고 있는 이숭용 감독은 '편하게 치라'며 김재환을 다독였다. "감독님께서 일부러 계속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며 "주위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도 저 스스로가 더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팀이기도 하고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욕심도 부리고 힘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SSG엔 KBO 최다홈런 타자 최정(518홈런)을 비롯해 한유섬(212홈런)까지 나이도, 스타일도 비슷한 선수들이 있다. 김재환(277홈런)까지 합치면 1000홈런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과 시너지에 기대가 커진다. 김재환이 보고 느낀 건 이들의 남다른 태도였다.
김재환은 "그렇게 홈런을 많이 친 (최)정이 형도, (한)유섬이나 에레디아도 홈런보다는 그 타석에 엄청 집중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거기서 본인의 능력들이 나오는 것 같고 저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그 타석에서 집중력을 더 끌어올리면 다 같이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보였다.
홈구장의 이점을 살리는 게 김재환 자신에게도, 팀에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재환은 "물론 팀에서나 저 스스로도 그런 기대감은 있는데 욕심낸다고 해서 결과로 나오는 건 아니다"라며 "오히려 욕심을 안 내고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게 저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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