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 소노의 에이스 이정현(27)이 왜 자신이 리그 최고의 선수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상대의 숨 막히는 집중 견제를 뚫고 후반전에만 폭발적인 화력을 선보이며 팀에 귀중한 역전승을 안겼다.
소노는 14일 오후 7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서울 SK를 80-72로 꺾었다. 1차전에 이어 원정에서 내리 2연승을 거둔 소노는 4강 진출 확률 100%를 거머쥐며 기세를 올렸다.
이날 이정현의 전반전은 가시밭길이었다. SK의 강한 압박에 막혀 슈팅을 단 3번밖에 시도하지 못하며 7득점에 묶였다.
하지만 정규리그 MVP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빛났다. 이정현은 3쿼터에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12점을 몰아치며 17-0 스코어 런을 주도했다. 이날 총 37분 12초를 뛴 이정현은 22득점 6어시스트로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사령탑도 에이스의 맹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창환 소노 감독은 "MVP는 MVP다. 역시 품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저도 보면서 'MVP는 MVP구나' 싶었다"라고 감탄하며 "너무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이정현을 너무 많이 뛰게 한 것 같다"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전했다.

이정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SK가 1차전과 다르게 더 강하게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강했다"며 "초반에 끌려가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선수들끼리 더 벌어지지 말고 가보자고 얘기했던 것이 원동력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반전의 침묵을 깨고 후반에 폭발한 비결에 대해서는 "경기는 40분이다. 똑같은 수비를 계속 당하다 보면 나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적응하기 마련이다.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 기회를 잘 잡으면 분위기를 탈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날 3쿼터 추격전 8득점을 몰아친 신인 강지훈에 대해서는 "3쿼터 한정으로는 최고였다"라고 말하며 웃더니 "장점이 3쿼터처럼만 발휘된다면 어떤 아쉬움도 커버할 수 있는 재능이다. 본인이 잘 절제하면서 많이 뛰어준다면 어느 팀도 무섭지 않을 것 같다"고 격려했다.
또한 최승욱, 김진유 등 궂은일을 도맡는 동료들에게도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된다"라며 공을 돌렸다.
3쿼터 시작 전, 원정석을 가득 메운 소노 팬들이 부른 생일 축하 노래에는 감사를 표했다. 이정현은 "전반전에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했는데, 팬들이 이름을 외쳐주셔서 정말 고맙고 뭉클했다"며 "이제 홈에서 3차전을 더 많은 응원을 해주시는 팬들 앞에서 시리즈를 마무리 짓고 싶다"고 전했다.
이제 이정현의 시선은 고양에서 열릴 3차전으로 향한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3차전에 끝내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농구다. 다시 1차전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홈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오늘 승리는 오늘까지만 기뻐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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