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서울 잠실야구장.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전.
3연패에 빠진 두산은 1회 1점을 선취한 뒤 3회 또 한 점을 추가하며 2-0을 만들었다. 하지만 5회 2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고, 급기야 8회초에는 '슈퍼스타' 김도영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그러나 두산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8회말 기어코 2점을 뽑으며 승부를 4-4 원점으로 돌린 것.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연장 10회초. 박신지가 선두타자 김도영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정우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며 무사 1, 2루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두산 벤치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박신지를 내리는 대신 윤태호를 마운드에 올린 것.
윤태호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나성범을 상대했다. 그런데 볼 3개를 연거푸 던지고 말았다. 4구째 스트라이크를 한 개 꽂았지만, 5구째 볼을 던지며 볼넷을 허용,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무사 만루 대위기. 윤태호는 흔들릴 법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한준수를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149km 속구를 뿌리며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박민을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속구를 뿌린 끝에 2루수 인필드플라이 아웃 처리한 윤태호. 2아웃. 여전히 KIA의 모든 주자가 베이스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정현창. 볼 2개를 연거푸 던진 윤태호. 그리고 3구째. 정현창이 때려낸 공이 중견수 방면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듯했으나 이내 정수빈의 글러브에 잡히고 말았다. 3아웃. 이닝 종료. 무사 만루 위기 대탈출.
결국 두산이 이어진 연장 10회말 1사 1, 2루에서 이유찬이 끝내기 중월 적시 2루타를 치며 윤태호는 감격의 프로 무대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윤태호는 경기가 끝난 뒤 스타뉴스와 만나 "마운드에 올라가자마자 상대 타자가 나성범 선배였다. 아무래도 큰 게 한 방 있으니까, 어렵게 승부를 하려고 했다. 긴장도 하면서 결국 볼넷이 되긴 했지만, 오히려 만루가 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양)의지 선배님도 더욱 공격적으로 던지라 말씀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내 공 못 칠 테니, 칠 테면 쳐봐라'하는 생각을 갖고 던졌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닝 종료 후 격렬한 포효 세리머니에 관해 "사실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막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소 실점으로 막자고 했는데, 차례차례 아웃시키면서 '이게 되네' 이런 마음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더욱 격한 세리머니가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윤태호는 지난 시즌 KIA를 상대로 생애 첫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렀으며, 그리고 KIA를 상대로 데뷔 첫 홀드를 따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데뷔 첫 승까지. 윤태호는 "KIA 상대로 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동료와 감독님, 코치님, 선후배, 다 한마음 한뜻으로 싸웠기 때문에 경기도 이길 수 있었고, 첫 승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가장 생각나는 사람에 관해 묻자 "이모와 할머니가 생각난다. 저희 가족들과 같이 사는데, 어릴 때부터 엄청 많이 챙겨주셨다. 항상 감사한 분들이다. 그래서 부모님보다 이모와 할머니가 더 생각나는 것 같다"면서 두산 팬들을 향해 "팀이 연패에 빠져 있어 팬 분들께서도 마음이 가라앉으셨을 텐데, 연장전까지 열심히 응원해주신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항상 감사드린다. 아직 필승조는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경기에 나가면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팀 승리를 위해 힘껏 공을 던지겠다"며 각오를 재차 다졌다.
한편 상인천초-동인천중-인천고를 졸업한 윤태호는 2022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4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6000만원. 190cm, 88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윤태호는 그해 11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당시 어깨가 좋지 않아 구단 차원에서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그는 지난 2024년 5월 27일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전역 후에는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며 몸 상태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특히 2025시즌을 앞두고 호주 시드니 1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큰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캠프 도중 오른쪽 상완 이두근에 통증을 느끼며 불의의 부상으로 귀국하고 말았다. 이후 재활에 전념한 윤태호는 지난해 7월 10일 퓨처스리그를 통해 실전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8월 16일 제대로 일을 냈다. 잠실 KIA전에서 선발 최승용이 손톱 부상으로 교체, 3회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 데뷔전이었다. 그리고 4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속구 최고 구속 153km) 역투를 펼치며 팀의 끝내기 승리에 일조했다. 당시 그는 두산 구단 역사도 썼다. 역대 베어스 소속 국내 투수가 데뷔전에서 4이닝 이상 무실점 투구를 펼친 건 윤태호가 3번째(KBO 리그 22번째)였다. 박노준(1986년 3월 29일 무등 해태전, 구원 8⅓이닝 무실점) 이후 무려 39년 만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7경기에 등판해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하며 두산 팬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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