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동계 스포츠의 거물급 인사가 공식 석상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폭언을 쏟아낸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가해 당사자는 결국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작 피해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가맹단체는 사건 초기부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비판을 자초했다.
일본 매체 '슬로우 뉴스'는 지난 11일 기타노 다카히로 일본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연맹 회장의 녹취 데이터를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 따르면 기타노 회장은 연맹 이사와 회의 도중 "결과를 보고 분석하는 것 따위는 '바보라도, 조센징(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차별적 비속어를 사용해 상대를 비난했다. 여기서 '쵼'은 한국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단어로, 올림픽 헌장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인종차별 행위에 해당한다.
기타노 회장은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부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던 일본 스포츠계의 거물급 인사였다. 특히 그는 지난달 2018평창기념재단을 방문해 평창슬라이딩센터 활용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한국과 우호를 강조해 왔다.
하지 일본 연맹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평소 "한국은 신용할 수 없다"라는 편견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한국 측의 협력 제안을 묵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웃으며 손을 잡고 뒤에서는 혐오 발언을 일삼은 이중적인 행태가 만천하에 공개된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이 국제적인 파문으로 확산되자 기타노 회장은 12일 오후, 결국 JOC 부회장직과 일본 연맹 회장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본인의 발언이 스스로 물러나야 할 만큼 중대한 결격 사유임을 인정한 결과다. 이번 사안을 수습하기 위해 수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초강수를 뒀을 정도로 사안의 무게는 무거웠다.
다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연맹 측은 12일 기타노 회장이 사임하기 전 스타뉴스를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일본 측으로부터 사과문 레터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별도의 공식적인 추가 입장 표명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가해자가 사퇴할 정도로 엄청난 망언을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 연맹은 항의조차 하지 않은 채 무대응으로 일관하려 했다.
일본 연맹의 사과문을 통해 구체적인 차별 발언에 대한 인정 없이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가해 측 수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직위를 내려놓는 동안에도 한국 연맹은 이를 수용하며 침묵을 선택하는 황당한 행보를 보였다.
반면 2018평창기념재단은 본지와 통화에서 "상호 존중이 중요한 글로벌 시대의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판단한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미래 세대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히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타노 회장이 국제적인 인종차별 파문으로 자리를 보전하지 못하고 사퇴했음에도, 그 과정에서 "계획 없음"이라는 답변 뒤에 숨어있던 한국 연맹의 수동적인 반응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회장이 스스로 사임할 정도의 폭언을 듣고도 아무런 공식 조치를 하지 않은 한국 연맹의 안일함이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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