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로는 이미 가능성을 보였지만 불펜에선 달랐다. 이번엔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불펜에서 직접 경기를 끝냈다. 박준영(24·한화 이글스)이 짜릿한 연장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박준영은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서 9회말 구원 등판해 2이닝 동안 38구를 던져 2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0회초 한화가 2점을 냈고 홈런을 맞고도 리드를 지켜내며 선발에 이어 불펜 투수로도 승리를 따냈다. 시즌 2승(1패 1홀드).
충암고 출신 투수인 박준영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3번이나 떨어졌으나 청운대를 거쳐 야구 예능프로그램 '불꽃야구'에서 활약하며 야구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올 시즌을 앞두고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에 나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29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박준영은 선발이 무너진 팀에서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10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 투구로 승리를 거뒀다. 육성선수 출신으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건 KBO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이후 두 차례 불펜 투수로 나서 모두 실점했던 그는 5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다시 선발 등판해 5⅔이닝 3실점을 기록, 5선발로서 자리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이닝 만에 3실점하며 무너졌다. 2경기 연속 피홈런 2개씩을 기록한 게 뼈아팠다.
이날은 황준서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고 불펜에서 대기했다. 황준서가 흔들리자 2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으나 또 다른 박준영(23)이 등판했고 다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경기 후 박준영은 "준비를 했었는데 더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이 먼저 나섰다"며 "계속 경기를 지켜보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속으로 계속 집중하려고 했다. '제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드를 잡지 못한 채 7-7로 맞선 9회말 결국 투입됐다. 이틀 연속 투구한 이상규를 제외하고 모든 투수가 나설 수 있다고 공언했던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8회까지 투수 7명이 등판했다. 선발 투수와 2군에서 선발로 뛰었던 장유호를 제외하면 박준영 뿐이었다.
위기가 있었지만 씩씩하게 이겨냈다. 더 불안했던 건 9회였다. 주자 2명을 내보내고 시작했고 타자가 번트 모션을 취했으나 어떻게든 힘들게 만들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결과는 번트 플라이 아웃. 이후 김민성을 내야 뜬공, 정보근에겐 허를 찌르는 커브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박준영은 "번트가 나왔을 때 절대 쉽게 내주지 말고 강한 공을 던져서 높게 뜬공이 나오게끔 유도하려고 했는데 운이 좋았다"면서 "커브에 자신감이 있었고 그 앞에 계속 빠른 공을 보여줬다. 이 공에 자신감이 있었다. 제가 잡아낸 삼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10회초 심우준의 볼넷과 오재원의 안타, 요나단 페라자의 자동 고의4구에 이어 롯데의 실책으로 2점을 뽑아냈다. 10회말에도 투수는 박준영이었다. 장두성을 중견수 뜬공, 황성빈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 그대로 경기를 끝낼 것으로 보였으나 고승민에게 우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어 김동혁에게 볼넷, 최항에겐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위기의 순간 전민재를 투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직접 끝냈다.

"10회보다 9회가 더 무서웠고 10회는 2점 차이이기 때문에 홈런을 맞아도 1점 더 여유 있다고 생각했다"는 박준영은 고승민에게 솔로포를 내준 뒤에도 김동혁에게 볼넷, 최항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홈런을 맞고도 1점 차이이기 때문에 괜찮다, 괜찮다 생각하면서 다시 전력투구를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서 손에서 빠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결국 전민재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해 경기를 제 손으로 끝냈다.
박준영은 "불펜으로는 계속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줬는데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어떻게든 2점 차 승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미 패턴이 읽힐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박준영은 "타자 분석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그것에 포커스에 맞춘 투구 패턴을 가져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피칭 디자인을 그렇게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보직은 상관 없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어떤 보직이든 저는 제가 이 팀에서 필요한 상황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던질 수 있다. 계속 1군에 오래 남아 있고 싶다"는 박준영은 "(선발과 불펜) 둘 다 자신감은 아직 없다. 그냥 계속해서 마운드에서 후회 없이 공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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