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야구장 상공에 2년 연속 실제 대한민국 전투기 편대가 등장했다. 18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하늘의 영웅'은 인공지능(AI)을 통해 복원, 국민들에게 다가갔다. 이 모습을 본 현역 공군 병장인 아들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스케일이 달랐던 두산 베어스의 현충일 행사였다.
두산은 지난 6일 현충일을 맞아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앞서 공군본부와 함께 2년 연속 뜻깊은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시구자로는 블랙이글스 순직 조종사 고(故) 김도현 중령의 차남이자 공군 미사일 방어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복무 중인 김태현 병장이 나섰다.
김 병장의 아버지인 고 김도현 중령은 대한민국 공군의 영웅이다. 그는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던 지난 2006년 5월 5일 어린이날, 수원 공군 비행장에서 펼쳐진 에어쇼 도중 기체에 이상을 느꼈다. 그리고 전투기가 급격하게 추락하는 순간, 그는 결단을 내린다. 비상 탈출 포기. 어린이도 다수 포함된 약 1300명의 관람객을 지키기 위해 기수를 비행장 외곽으로 돌린 것이다. 그는 추락하는 마지막 순간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대형 참사를 막아내고 순직한 그에게 1계급 특진 및 보국훈장 삼일장이 추서됐다. 그리고 현재 김도현 중령은 대한민국 공군 역사에서 살신성인의 대명사이자, 공군 양성 교육 중 대표적인 조종사의 책임 사례로 남아 있다.
경기에 앞서 공군 군악대와 어린이 팬들이 함께 부르는 애국가가 야구장에 울려 퍼졌다.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합창이었다. 이어 김태현 병장이 마운드에 오르기 전, 잠실구장 전광판에 고 김도현 중령이 등장했다. 두산 구단이 특별히 그의 생전 모습을 AI를 통해 복원, 제작한 영상이었다.
고인은 "어린이들을 위한 에어쇼를 하다 정작 너희의 어린이날을 빼앗은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캐치볼 한번 못한 게 미안한데,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두산 베어스에서 줬다"며 애틋한 진심을 전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AI 영상 상영은 사전에 김 병장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두산 구단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던 것이다. 어릴 적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 AI를 통해 복원된 영상과 목소리를 접하자 김 병장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시구에 앞서 감정을 추스른 김태현 병장은 마이크를 잡은 뒤 "저는 선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을 택한 이들이 있다. 그 선택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서 있고, 야구장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이 자리를 빌려 그 모든 분과 아버지께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잠실야구장에는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아버지가 담당했던 '블랙이글스 6번기'를 기억하기 위해 등번호 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이어 힘찬 시구가 이어졌고, 그 순간 잠실구장 상공에 장관이 연출됐다.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 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가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편대 비행 중 한 대만 위로 기동해 전우를 기리는 의식인 '추모 비행(Missing Man Formation)'까지 더해졌다. 이때 군악대의 트럼펫 조곡 연주에 맞춰 김 병장과 도열한 장병들은 하늘에 있는 편대를 향해 경례를 올리며 깊은 예우를 갖췄다.
두산이 공군과 손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두산은 현충일 당시 6·25 참전 조종사인 김두만(99) 전 공군 참모총장을 시구자로 초청,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해 역시 시구 순간, F-15K 4대가 잠실야구장 상공을 지나가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당시 두산 구단은 '시·분·초' 단위까지 정해 공군 측과 합의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투기 8대가 잠실야구장 하늘을 수놓으며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이제 두산 베어스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공군과 함께하는 현충일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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