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수가 있을까.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30홀드 이상을 수확하며 '차세대 국가대표' 불펜 투수로 손꼽히며 아시안게임(AG) 대표팀 승선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SSG 랜더스의 특급 우완 불펜 이로운(22)이 그야말로 '역대급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불과 6월 들어 혼자서만 4개의 만루홈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전무후무한 '잔혹사'를 맞이했다.
이로운은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팀이 2-1로 앞선 5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구원 등판했다. 팀의 연패를 끊기 위해 SSG 벤치가 꺼내 든 카드였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이로운은 첫 타자 한동희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나승엽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에 몰렸다. 여기서 전민재에게 초구(시속 139km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월 만루 홈런을 맞으며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이로운은 5회를 모두 마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⅔이닝 2피안타(1홈런) 1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한 이로운은 팀이 6-10으로 패해 결국 패전 투수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이로운의 '만루포 악몽'이 일시적인 불운을 넘어 6월 들어 매 시리즈 잔혹하리만치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로운이 마운드에 오른 연속 4개 시리즈마다 어김없이 '만루홈런'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뒤따랐다.
잔혹사의 서막은 지난 6일 홈에서 열린 KT 위즈전이었다. 구원 등판한 이로운은 3-3으로 맞선 상황에서 허경민에게 만루홈런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5-2로 앞선 5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서 오스틴 딘에게 또다시 역전 그랜드슬램을 얻어맞으며 두 시리즈 연속으로 만루포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본인이 직접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6회말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를 채워놓고 강판당했고, 뒤이어 올라온 베테랑 노경은이 르윈 디아즈에게 역전 만루포를 허용하면서 이로운의 승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그리고 이틀 만인 16일 롯데전에서 또다시 만루 홈런을 직접 얻어맞으며, 불과 6월 열린 4차례 시리즈에서 모두 만루포에 울어야 했다.
한 투수가 보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4차례나 만루홈런 상황에 엮여 실점한 것은 KBO 리그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이한 연쇄 불운이자 심각한 구위 저하의 방증이다.
사실 이로운은 강력한 직구 구위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대회 마운드를 책임질 'AG(아시안게임)' 불펜 자원으로 평가받던 핵심 미래였다. 지난 시즌 75경기에 나서 6승 5패 3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9의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은 7.04로 치솟았다. 피안타율은 0.246으로 크게 높지는 않지만, WHIP(이닝당 평균 출루 허용율)이 1.57로 좋지는 않다.
이번 시즌 SSG는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불펜 과부하가 걸렸고, 필승조들이 조금씩 더 일찍 나가는 모양새였다. 결국 불펜진들이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AG 무대를 바라보던 최강 불펜 유망주에서 6월에만 만루포 4개 관여라는 가혹한 성적표를 받아 든 이로운. 잔혹한 6월을 보내고 있는 그가 이 '역대급 악몽'을 떨쳐내고 다시 랜더스의 미래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아니면 불펜 붕괴의 도화선이 될지 향후 SSG 벤치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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