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야구의 상징이자 '소년장사'로 프로야구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내야수 최정(39)이 서서히 3루수 자리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SSG의 사령탑 이숭용(55) 감독은 2028시즌부터 열리는 '청라돔 시대'를 대비해 고명준(24)을 차기 주전 핫코너의 주인공으로 점찍고 세대교체의 서막을 알렸다.
이숭용 SSG 감독은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부상에서 회복한 뒤 퓨처스리그(2군)에서 경기를 뛰고 있는 고명준에 대한 소식을 알렸다.
이 감독은 "내일(17일) 고명준이 1군으로 올라온다"며 "2군(퓨처스리그)에서 20타석 정도를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기 때문에 이제 1군에 올려서 활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보직이다. 이 감독은 "고명준이 올라오면 3루수로 쓸 생각"이라고 공언했다.
그동안 SSG의 3루 자리는 단연 최정의 몫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16개의 홈런포로 여전한 장타력을 과시하며 팀의 중심을 잡고 있지만, 2027시즌이면 어느덧 불혹(40세)의 나이에 접어든다. 팀의 미래와 최정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SSG와 최정의 계약 기간은 2028시즌 만료된다.
이숭용 감독은 최정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이 감독은 "최정에게 3루수에 대한 부담을 계속 주는 것보다 타격에 좀 더 집중하게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라며 "어차피 내년에도(최)정이에게 풀타임 3루수를 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 가정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원래 고명준의 3루수 실험은 이번 시즌 후반이나 2027시즌부터 본격화될 예정이었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 고명준에게 20경기 정도 3루수를 맡기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려 했는데, 최정의 몸 상태와 여러 변수를 고려해 그 플랜이 조금 앞당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1루수로 주로 활약했던 고명준에게 3루는 낯선 자리가 아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꾸준히 3루 수비 훈련을 소화했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본래 3루수를 보던 선수다. 이 감독은 "캠프 때부터 수비 연습을 많이 했고, 원래 3루수를 봤던 친구라 1루보다 3루가 본인에게 더 편할 수 있다"며 고명준의 수비 적응에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최정을 완전히 지명타자로만 묶어두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 감독은 "팀 야수들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완전한 전문 지명타자 제도는 최대한 피하려 한다"면서 "최정의 몸 상태를 체크해야겠지만, 일주일에 2경기 정도는 수비를 나가줘야 고명준, 전의산, 한유섬, 김재환 등 다른 선수들을 지명타자로 돌려가며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 야구의 한 세대를 지배했던 최정의 3루수 퇴진은 KBO 리그 팬들에게 아쉬움과 뭉클함을 안긴다. 무려 8차례나 골든글러브 3루수 ㅜ문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숭용 감독이 꺼내 든 '고명준 3루수 카드'가 최정의 라스트 댄스를 아름답게 보좌하고, SSG의 미래를 밝힐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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