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령탑의 대주자 교체 지시에 그라운드에서 대놓고 손가락을 흔들며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28)의 팀 동료 라파엘 데버스(30)의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는 22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펼쳐진 마이애미 말린스와 2026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초유의 상황은 9회에 벌어졌다. 샌프란시스코가 1-2로 뒤지고 있던 9회초. 선두타자 데버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데버스는 공 2개 만에 0-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침착한 승부를 펼친 끝에 볼 4개를 연거푸 골라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데버스가 1루 베이스를 밟았고, 이정후가 타격을 시작하기 전 샌프란시스코 벤치가 움직였다. 데버스를 빼고 대주자 요나 콕스를 투입한 것.
그런데 이때 데버스가 대놓고 손가락을 흔들어 보이더니, 코스를 쳐다보며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를 본 대주자 콕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혼돈의 상황이 펼쳐진 가운데, 심판진은 샌프란시스코의 교체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결국 데버스는 사령탑의 교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이정후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아다메스가 3루수 앞 병살타를 치며 샌프란시스코는 1-2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 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이 상황을 집중 조명하면서 토니 바이텔로 감독의 인터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텔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데버스는 스스로 충분히 계속 주루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 말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데버스는 앞서 휴식기를 보냈지만, 다리 쪽에 약간의 통증이 있는 상태였다. 물론 뛰는 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지명타자로 기용했다"면서 "데버스가 아무래도 승부욕이 넘쳐서 끝까지 경기에 뛰기를 원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령탑의 판단은 명확했다. 데버스보다 더 빠른 콕스를 투입한 건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실제로 콕스는 올 시즌 트리플A 무대에서 34차례 도루를 시도, 2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보도에 따르면 콕스의 순간 질주 속도는 초당 28.8피트(약 8.78m)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데버스의 순간 질주 속도는 초당 26.2피트(약 7.99m)로 콕스보다 느리다. 심지어 지난해 6월 트레이드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도루를 기록한 적이 없다.
바이텔로 감독은 "일단 교체 사인이 전달되면 취소할 수 없다. 팀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자 선택이었다. 콕스가 2루 도루에 성공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또 설사 실패하더라도, 누상에 가장 빠른 주자를 두고 승부를 펼치는 게 맞다고 봤다. 물론 동점에 성공했을 경우, 데버스를 공격에서 잃어버리는 건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사령탑은 선수를 감쌌다. 바이텔로 감독은 "데버스와 따로 특별히 이야기를 나눌 계획은 없다.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단지 마지막 기회에서 가장 빠른 선수를 활용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며 굳은 신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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