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호가 남긴 것은 32강 진출 실패만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는 또 다른 역사적 불명예 기록까지 떠안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에서 1승 2패(승점 3), 2득점 3실점, 골득실 -1을 기록했다.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묶이면서 비교적 수월한 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한국은 A조 3위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 뒤 조 3위 팀 간 순위 경쟁에 나섰지만, 끝내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부진은 단순한 조기 탈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포함해 월드컵 통산 9번째 조별리그 탈락을 기록했다. 이는 스코틀랜드와 함께 월드컵 역사상 공동 최다 조별리그 탈락에 해당하는 불명예 기록이다.
한국은 1954 스위스 대회에서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후 이번 북중미 대회까지 통산 12차례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이 가운데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3차례뿐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극적으로 16강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나머지 9차례는 모두 조별리그에서 멈췄다. 한국은 1954 스위스 대회, 1986 멕시코 대회, 1990 이탈리아 대회, 1994 미국 대회, 1998 프랑스 대회, 2006 독일 대회, 2014 브라질 대회, 2018 러시아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여기에 2026 북중미 대회까지 더해 통산 9번째 조별리그 탈락이 됐다.
이 가운데 홍명보 감독은 두 차례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섰다. 홍명보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지만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온 뒤 치른 두 번째 월드컵 도전 역시 실패로 끝났다.
한국 축구 입장에서 이번 대회 부진은 더욱 뼈아팠다. 북중미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됐고, 토너먼트도 32강부터 시작됐다. 각 조 1, 2위뿐 아니라 12개 조 3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32강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그 안에도 들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 3차전 남아공전에서 0-1로 패했다. 승리가 필요한 경기조차 아니었다.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최소한의 결과도 만들지 못했고, 자력으로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멤버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 손흥민(LAFC)이 중심을 잡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도 힘을 보탰다. 황희찬(울버햄튼)은 위협적인 공격 자원이었고, 이재성(마인츠),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미드필더들도 있었다.
수비진의 핵심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였다. 김민재는 1차전 체코전에서 철벽 수비를 펼치며 찬사를 받았다. 대회 전 일부 외신은 한국이 유명 스타들을 보유했다는 점을 들어 다크호스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은 48개 팀 가운데 최종 34위로 이번 월드컵 여정을 마쳤다.


한국과 함께 월드컵 통산 9차례 조별리그 탈락을 기록한 팀은 스코틀랜드다. 스코틀랜드는 이번 대회를 통해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았다. 북중미 월드컵까지 포함해 통산 9차례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지만, 단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스코틀랜드는 브라질, 모로코, 아이티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첫 경기에서 아이티를 1-0으로 꺾으며 희망을 키웠지만, 이후 모로코와 브라질을 넘지 못했다. 결국 1승 2패(승점 3), 골득실 -3으로 조 3위에 머물렀고, 조 3위 팀 간 순위 경쟁에서도 밀려 탈락했다.
반면 멕시코는 불명예 기록에서 벗어났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 스코틀랜드와 함께 월드컵 통산 조별리그 탈락 8회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A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32강에 진출했다. 결국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통해 한국과 스코틀랜드만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9회라는 세계 최다 타이 기록을 갖게 됐다. 홍명보 감독도 북중미 월드컵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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