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공정성 논란 속 부임한 지 약 2년 만이다. 홍 감독은 한국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멕시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선언했다. 출범 당시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2년 여정에서도 끝내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그는 2014년 브라질 대회에 이어 12년 만에 또 한 번 한국축구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스타뉴스는 일찌감치 참사가 예견됐던 홍명보호의 2년을 돌아보고, 당분간 대혼돈이 불가피해진 한국축구 상황 등을 세 편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홍명보 감독의 자진 사퇴로 대한민국 축구 축구대표팀은 당장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사령탑부터 새로 선임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불과 반년도 채 안 남은 이 대회는 한국축구가 1960년 대회를 끝으로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월드컵 다음으로 비중이 큰 대회다.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계약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이 아닌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였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월드컵까지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었다. 다만 월드컵 이후 반년 뒤 열리던 아시안컵을 새 감독 체제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홍 감독은 이례적으로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홍 감독은 정작 그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한국축구는 새 감독을 선임해 아시안컵, 나아가 4년 뒤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정작 A대표팀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마저 조만간 '리더의 부재 상황'과 맞닥뜨리게 됐다는 점이다. 앞서 정몽규 회장도 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축구협회장 선거를 통해 4선에 성공한 정 회장은 내달 중순 월드컵 폐막 이후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정몽규 회장의 사임이 확정되면, 협회 정관상 60일 이내에 차기 회장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사실상 축구협회 새 수장이 선임되고, 새 전력강화위원회가 꾸려질 때까지 A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은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단 A대표팀 감독과 축구협회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북중미 월드컵 부진과 탈락의 원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홍명보 감독의 선임이 가능했던 축구협회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수장뿐만 아니라 집행부, 나아가 대한축구협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이유다. 단순히 A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 문제가 아니라 축구협회 등 한국축구 행정 자체의 문제로 번지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정부도 한국축구와 축구협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32강 탈락이 확정된 28일 "예상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증명됐다.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에서 이번 사태의 정확한 상황, 원인 분석, 재발방지와 개선을 위한 대책을 꼼꼼하게 챙겨 달라"고 밝혔다.
이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구협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최 장관은 "우리나라 축구의 참혹한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고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며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조사위원회도 구성해 그동안 축구협회가 보여준 무능과 부실, 안일함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 부조리와 비위,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미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 당시 축구협회에 대한 특정 감사를 진행해 정 회장 등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는 등 잔뜩 날을 세운 바 있다.
결국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부터 예견됐던 참사는 2년이 흐른 이번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처참한 실패라는 현실로 이어졌다. 홍 감독이 물러난 A대표팀은 물론이고 정몽규 회장이 떠나는 축구협회의 리더 부재, 나아가 대한축구협회 전반에 걸친 쇄신 목소리 등 한국축구는 당분간 그야말로 '대혼돈'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그 혼돈의 시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한국축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제대로 방향성을 잡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한국축구는 똑같은 문제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홍명보호의 처참한 실패 이후, 한국축구도 중대한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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